![[신간 탐색]삶을 굴절시키는 장시간 노동](https://img.khan.co.kr/newsmaker/1156/20151222_80.jpg)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전주희 외 지음·코난북스·1만5000원
“매일 아침 여섯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오직 30분만의 식사시간을 제공 받은 채 줄곧 혹독한 노동을 한다.” 1830년 영국의 사회개혁가 리처드 오슬러가 <리즈 머큐리>에 투고한 글이다. 오슬러는 ‘요크셔 노예제’라는 말로 당시의 노동자들을 노예에 빗댔다. 200년 전 영국의 사회개혁가가 비판한 야만적인 노동시간에서 한국 사회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책은 질문한다. “여가 없는 사람을 노예라 여겼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대로라면 노동시간 외에 거의 틈이 없는 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대부분은 노예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한국은 장시간 노동사회다. 2014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고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총 근로시간은 2285시간.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시간 일한 독일보다 1.6배가량 많이 일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구조적이다. 장시간 일하지 않으면 소득을 유지할 수 없거나 노동시간을 줄이게 되면 자칫 경쟁에서 뒤떨어져 낙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은 삶의 패턴과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간은 세계관, 진로, 사회관계, 가족관계, 여가활동, 수면패턴, 건강, 사물에 대한 감각까지 변화시킨다.
이 책은 장시간 노동이 강요되는 한국 사회의 10가지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굴절시키는지 분석했다. 학자금 대출과 대졸 이후 미래의 소득을 셈해 대학을 포기하고 콜센터 직원이 된 대학생, 패스트푸드점의 시급 ‘꺾기’ 관행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는 청소년, 우편물 배달 야간조로 10년째 일하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 연간 4000시간을 일하다 결국 과로로 숨진 IT 노동자 등의 사례를 통해 장시간 노동이 과연 온당하고 지속가능한 것인지 묻는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