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피해자 쿠르드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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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탐색]또 다른 피해자 쿠르드 민족

IS,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

하영식 지음·불어라바람아·1만5000원

분쟁지역 전문기자인 지은이는 쿠르드 민족의 삶을 통해 IS를 말하고 있다. 지은이는 시리아에서 온건한 무장그룹을 꼽으라면 오직 쿠르드족밖에 없다고 말한다. 쿠르드 사람들 중 극소수는 극단주의에 경도돼 IS에 가입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쿠르드 민족의 지상과제는 이슬람국가가 아니라 쿠르드 민족국가의 건설이다. 그렇기에 세계적 이슬람 제국을 꿈꾸는 IS에게 쿠르드 민족은 제거돼야 할 대상이다. IS에게는 오로지 극단적 이슬람주의가 실현되는 이슬람 제국의 건설이라는 목표밖에 없기 때문이다.

쿠르드, 특히 쿠르드 민족이지만 무슬림이 아니라 쿠르드 전통종교인 야지디교를 믿는 예즈디인들은 IS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지은이는 야지디 난민촌을 찾아가 IS가 이슬람 제국을 선포하고 난 후에 주변 도시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들을 전한다. 2014년 8월 한 달 동안 IS에 의해 처형된 야지디 남자들만 5000명에 이르고, 포로로 잡힌 부녀자들은 성노예로 노예시장에서 매매됐다.

그러나 쿠르드 민족에게는 주변의 지원세력은 없다. 그보다 쿠르드 민족의 국가 건설을 결사적으로 방해하고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터키다. 지은이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서 IS와 쿠르드족 간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터키가 보여준 태도는 그야말로 쿠르드 민족에 대한 적대성 그 자체라고 말한다. 쿠르드 민족이 IS에 패배당해 모두 학살당하기를 바라는 의미의 말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쿠르드 민족의 국가 설립은 터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쿠르드 민족의 국가가 수립되면 쿠르드 민족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인 터키의 동부 지역에서도 분리독립을 위한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

지은이는 IS가 발흥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나라 없이 수천년을 고통받아온 쿠르드 민족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라고 말한다. 터키와 이웃 나라들이 쿠르드 민족의 존재를 지금까지 덮어 왔지만 IS에 핍박당하면서도 끝까지 맞서 싸워 승리한 쿠르드 민족이 알려진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것이다.

IS와 주변 세력 및 서구 지역과의 관계 등을 통해 IS의 성격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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