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국정화라는 역진(逆進)이 등장한 지금에야말로, 우리는 역사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국정 교과서를 막아야 할 이 시급한 때에’ 국정도 검정도 아닌 자유교과서를 주장한다. ‘올바른 국정 교과서’의 대척점에 무엇이 있는지 제시하기 위해.”
청년단체 ‘청년좌파’가 발표한 ‘자유교과서 선언’은 교과서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자고 주장했다. 교육현장의 교사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보다 자유로운 교과서 발행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검·인정 체제로 되돌아가더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시각과 접근 때문에 자칫 교육현장에서 바라보는 다른 다양한 의견들을 배제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교과서 집필과 채택, 공급에 대해 정부가 내용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발행의 자유’라고 표현하는데, 이게 출판물로서 교과서가 치외법권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청년좌파의 강승 정책국장(22)은 ‘자유교과서’가 지향하는 방향이 무제한적인 교과서 발행의 자유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집필 방향을 정할 때 대중의 참여를 보장하고, 교과서 채택과정에서도 학교당국만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참여를 원칙으로 하는 ‘참여의 자유’를 늘리자는 측면에서의 자유교과서죠.” 자유교과서 운동은 여기에 빈부 차이나 장애 여부 등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교과서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까지 보장하자는 운동이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교과서 발행과 채택 등의 과정에서 보다 자유로운 참여를 이끌어내자는 새로운 의제를 던진 셈인데, 현실적인 난관은 적지 않다. 가장 피부로 와닿는 문제는 그동안 세월호 집회나 청년대책 시위 등에서의 집회 참가가 위법이라며 나온 벌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다. 강 정책국장 자신도 3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형편인데, 단체 회원들의 벌금 부과내역을 모두 더하면 액수는 얼추 3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중에서도 경제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청년층으로 구성된 청년단체이다 보니 소수 상근자들의 경험과 노력 없이는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때도 있다. 강 정책국장 역시 청소년 시절부터 청소년 인권운동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대학에 들어온 뒤로는 청년들의 현실을 절감해 청년운동에 나서기로 마음먹고 휴학한 뒤 1년 넘게 상근 활동가로 움직이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자유교과서 운동을 비롯해, 청년운동 본연의 청년실업 해결대책 요구 등 운동 과제들도 일시적인 걸림돌에 가로막혀 있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포함해 ‘노동시장 개혁 저지’ 등의 구호를 들고 진행된 11월 14일의 민중총궐기 집회가 애초의 구호 대신 경찰 대 시위대의 폭력 사용 논쟁으로 논의 지점이 바뀌어버린 탓이다.
그래도 강 정책국장은 덤덤했다. “자유교과서 운동도 하루아침에 서명을 모으고 여론을 되돌리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차차 꾸준히 이어나갈 운동이니까요. 교과서 문제도 그렇고, 주변에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까지 청년운동이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데, 앞으로도 이렇게 국가의 거대한 힘에 맞서는 운동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