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탐색] 주옥 같은 노랫말의 힘](https://img.khan.co.kr/newsmaker/1152/20151124_80.jpg)
노래가 위로다
김철웅 지음·시사인북·1만5000원
위로 받을 곳이 없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를 ‘위로 부재 사회’라고 말한다. 그나마 남아 있는 위로는 노래다.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때로는 ‘위로만으로 족할까’라고 물으며 비평의 잣대를 들이댄다. 하지만 지은이는 ‘위로만으로 족하다’고 답한다. 정신적으로 점점 기댈 곳이 없어지는 오늘날,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노래는 거친 삶의 작은 버팀목이다.
노래가 위로일 수 있는 것은 멜로디의 힘도 있지만, 가사의 힘도 그에 못지 않다. 지은이는 시대를 넘나들며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한 노랫말들을 분석한다. 가사의 힘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장르는 단연 포크 음악이다. 포크 음악은 장르 특성상 가사가 명확히 전달된다. 김민기는 포크 음악의 가치를 노랫말에서 찾았다. “포크의 진면목은 노래 안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악기들이 복잡하게 끼어들면 노랫말은 필연적으로 위축된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녹여내는 음유시인들의 음악은 언제 어디서건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대중들의 사랑을 받던 포크 음악이 1990년대 이후 쇠락하면서 동시에 대중음악의 노랫말 또한 이전과는 달라진다. 김민기는 이에 대해 “‘통기타’가 발휘할 수 있는 음악정신을 우리의 음악인들이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김민기의 말처럼 1990년대 이후 자막이 없이는 노랫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노래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좋은 노랫말을 담은 대중음악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주제도 다양해졌다. 가수 인순이가 부른 <거위의 꿈>은 그 노랫말로 많은 대중들에게 감동을 전한 대표적 사례다. 가수 이적이 노랫말을 짓고 노래를 불렀지만, 가수 인순이가 부르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혼혈에 대한 편견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숱한 상처를 받았던 가수가 불렀기에 감동과 공명이 더 컸던 것이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가사대로 인순이는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꿈을 이뤘다”고 말하면서 대중들을 위로했다.
인용한 노래만 300여곡이다. 트로트부터 최근의 대중음악까지 기댈 곳 없는 한국 사회에 한 줄기 위로가 되어주는 노래들을 담았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