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출산 통증은 인간의 숙명](https://img.khan.co.kr/newsmaker/1147/20151020_80.jpg)
출산, 그 놀라운 역사
티나 캐시디 지음·최세문 외 옮김 후마니타스·2만원
인간은 출산할 때 소리를 지른다. 미국의 인류학자 웬다 트레버선에 따르면 진통할 때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산과적 문제가 일어나기 쉬운 종이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 하는 적응반응이다. 그에 따르면 이런 행동은 200만년 전쯤부터 나타났다.
인간의 출산은 다른 포유동물과는 차이가 있다. 북극곰이나 원숭이는 산도가 넓어 약 2분 만에 분만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2.5㎝만 더 넓은 골반을 가졌다면 인간의 출산도 다른 동물들 만큼 수월했을 것이다. 제왕절개, 회음절개, 진공흡착과 같은 방법은 필요 없었고, 출산에 따르는 고통도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립보행을 위해서 인간의 골반 크기는 자연적으로 제한되어야만 했다. 신체구조상 인간의 출산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책은 출산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예측하고 여러 병들을 치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통증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출산하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물론 현대의학은 출산분야에서도 놀랄 만한 진보를 이뤘다. 불임 여성이 엄마가 될 수 있고, 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며, 병약한 신생아도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류도 많았다. 불필요한 회음절개를 하거나 수유 전에 매번 가슴을 요오드 용액에 담그기도 했다. 백혈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지도 모르고, 자궁 내 태아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엑스레이 검사를 받기도 했다.
출산 방법은 문화마다 다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출산과 관련된 제반 여건이 약하고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 많은 여성들이 사망했다. 출산을 귀하게 여기는 지역에서는 임산부들이 숙련된 조산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류는 아직 이상적인 출산법을 찾지 못했다. 이 책에서도 이상적인 출산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출산의 역사를 통해 출산이 하나의 기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