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과 다른 남녀교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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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의 탄생
베스 L. 베일리 지음·백준걸 옮김·앨피·1만6000원

‘데이트’.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지만, 그 기원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데이트의 기원과 발전과정, 변천을 풀어내고 있다. 데이트의 역사는 고작 100년이다. 자본주의 발달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된 20세기 초에 생겨난 문화다. 그전에는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식으로 연애가 이뤄졌다. 대체로 남자가 여자 집에 찾아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만남을 이어가는 식이었다. 가족의 눈도 있고, 엄격한 예법도 있어 둘만의 만남은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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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산업화 이후 도시 빈민가에서는 남자가 여자의 집을 방문하는 식의 교제가 더는 이뤄지기 어려웠다. 하층민의 주거조건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빈민들의 집은 비좁고 어둡고 누추한 공간이었다. 초대나 방문이 어려웠다. 대신 거리에는 댄스홀, 극장, 레스토랑, 영화관 등 각종 상업 유흥공간이 들어섰다. 이러한 도시 빈민 하층민들의 여가문화에서 데이트는 탄생했다.

데이트는 집이 아니라 ‘밖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밖으로 나간다’는 의미에서 가족의 시선, 집안의 예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유이자 해방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돈이다. 부모의 간섭 없이 먹고 마시고 노는 데는 돈이 필요했다. 데이트는 돈을 매개로 한 이성교제였다. 돈이 없으면 데이트 자체가 불가능했다.

특히 당시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웠던 여성에게는 더 치명적이었다.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냈고, 그 대가로 남자는 남성의 권위를 획득했다. 여자는 돈을 내지 않는 대신 그에게 (성적) 호의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책은 데이트의 어원이 매매춘이었다고 말한다. 성 구매자와 판매자의 만남이 데이트의 어원인데, 다만 그 교환 대상이 성에서 교제로 바뀐 것뿐이라고 분석한다. 지은이는 남자가 돈을 내는 데이트 관습은 “여성의 불평등을 코드화하고 남성의 권력을 승인했다”고 진단한다. 그 과정에서 데이트는 여성도 남성도 자본주의의 상품으로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사고파는 소비행위가 돼 버렸다.

100년 전의 데이트와 오늘날 데이트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과 감정에도 필연적으로 돈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데이트는 여전히 자본주의 상품경제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게 지은이의 진단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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