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광기에 맞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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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집단의 광기에 맞선 용기

나는 고발한다
니홀라스 할라스 지음·황의방 옮김 한길사·1만7000원

“그들이 감히 도전했으니 나 역시 도전해야겠습니다. 정식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사법부가 충분하고 순수하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스스로 그렇게 맹세했기에 진실을 말해야겠습니다. 나의 임무는 말하는 것이지 공범자가 될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고문을 겪으며 결코 저지르지 않은 죄를 속죄하고 있는 무고한 사람의 유령이 밤마다 나타나 나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1898년 1월 13일, <로로르> 신문에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가 실렸다. 논설은 펠릭스 포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이었다. 에밀 졸라는 이 논설에서 드레퓌스 재판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 빈약한 증거 하나로 드레퓌스는 24가지의 죄목을 뒤집어쓰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다수의 프랑스 국민과 언론은 허위 재판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 개인의 인권을 묵살하는 국익 논리가 진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레퓌스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무렵, 피카르 소령은 이 재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피카르 소령은 군내에서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장교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드레퓌스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무고한 사람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장래와 안전을 내걸고 상관들과 충돌한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드레퓌스 재판을 둘러싸고 재심을 요구하는 소수와 재심을 반대하는 다수로 갈려 있었다. 다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목숨까지 위협 받을 정도로 사회는 집단 광기에 빠져 있었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는 온 국민에게 드레퓌스 사건을 알리며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당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던 졸라 또한 피카르 소령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집단의 광기에 맞섰다.

드레퓌스가 기소되고 12년이 지난 1906년 7월 12일 드레퓌스에 대한 모든 유죄판결은 무효로 판시됐다. 집단의 광기에 맞서 양심이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피카르 소령, 에밀 졸라처럼 자신과 관련도 없는 이의 무고함을 위해 맞서 싸운 소수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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