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권력의 비상식에 대한 비판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유럽에서 태동한 만화, 그림을 통해 현실에 대한 풍자 보여줘

오랜 세월 한국 사회에서는 ‘만화’라는 장르가 허무맹랑하고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 내용을 담은 것으로 매도되었고 아직까지도 그러한 인식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을 상대로 그려진 교육용 만화를 ‘학습만화’라고 하고, 인문사회적 내용을 담은 만화를 ‘교양만화’라고 불러 굳이 ‘만화’와 구별 지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에 만화를 그리는 필자에게 만화가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을 미안해하면서 ‘시사만화가’ 또는 ‘만평가’라고 고쳐 부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유럽에서 인쇄문화가 발전하면서 태동한 만화는 애초에 권력 또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대중들에게 그림으로 인쇄해 알리기 위한 방식으로 시작한 것이다. 당시의 권력자들은 그들이 유지하고 싶은 세계관에서 벗어난 만화들을 비상식적인 것으로 치부하였다. 2차대전 후 일본에서 등장한 만화 <철완 아톰>은 당시의 보수적 시각으로 봤을 땐 로봇이 날아다니는 등의 허황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최첨단 로봇기술을 가능하게 한 상상력을 담은 급진적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만화는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내용을 많이 담아 왔지만 주류 엘리트층은 만화를 불온한 것 또는 아이들이나 보는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바라보았고 그러한 시각을 대중에게도 퍼뜨린 것이다.

[장도리 20년 회고](4) 권력의 비상식에 대한 비판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실용노선을 표방한 것과 달리 임기 내내 국민들에게 비현실적 이념을 주입시켰다.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은 4대강 사업으로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70년대식 개발주의 이념을 주창하였고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실체도 없는 종북이라는 이념의 올가미로 묶으려 했다.

이처럼 허무맹랑하고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 생각은 주로 권력층에서 나온다. 오히려 만화는 이러한 권력층의 의도를 벗겨내고 실체를 그려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박순찬 경향신문 화백>

장도리 20년 회고바로가기

이미지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