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스캔들에 대한 과한 관심 부작용](https://img.khan.co.kr/newsmaker/1137/20150811_80.jpg)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래리 플린트, 데이비드 아이젠바흐 지음 안병억 옮김·메디치·1만8500원
대통령의 사생활이 미치는 영향은 개인적인 범위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미국 건국 초기부터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사생활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지은이 래리 플린트는 미국 성인잡지 <허슬러>의 설립자이자 발행인이다. 데이비드 아이젠바흐는 컬럼비아대에서 정치사를 강의한다. 이들은 미국사 하나하나를 되짚으며 몇 가지 가정을 세운다. 그 중 하나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때문에 9·11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1998년 12월 클린턴 대통령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해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해 8월 알카에다가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미국대사관에 폭탄테러를 감행한 이후였다. 클린턴은 정보당국에 테러 기지를 공격하고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라고 했지만, 이는 실행되지 않았다. 당시 참모들이 대통령이 스캔들에 쏠려 있는 관심을 분산하기 위해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정치지도자들의 사생활을 하나하나 들추고 이에 대한 도덕적 논란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를 묻는다. 스캔들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인들의 합리적인 정책 추진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세기 초 언론은 정치인의 프라이버시 보도를 금지하는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그러나 타블로이드 언론이 등장하고,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언론은 백악관발 스캔들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지은이들은 정치인들의 스캔들에 관심을 덜 갖는다면 정치 전반이 오히려 더 성숙해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1970년대 말부터 기독교 우파들이 도덕적 이슈를 정치 전면에 등장시키면서 미국의 진보 경제정책 등이 보수적으로 돌아섰고, 이것이 훗날 미국 경제에 재앙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도덕성이 정치 토론의 주가 돼 유권자들의 관심을 중요한 현안에서 멀어지게 했을 때 정부가 불평등하고 자기파괴적인 경제정책을 채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