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우근민 전 도지사, 한명숙 의원, 유시민 전 장관 등 애써 회피
예상대로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2007년 4월 해군기지 유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사들은 ‘강정 3000일’에 대해 대체로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태환 전 도지사는 강정마을 ‘날치기’ 총회가 열리던 2007년 4월 26일 당시 현직 제주도지사였다. 총회가 열리기 10여일 전 김 전 도지사가 윤태정 당시 강정마을회장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연락이 닿은 김 전 지사는 해군기지 유치문제에 대해 “당시 개인 입장으로 한 게 아니라 도지사의 입장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 3000일’에 대한 소회를 묻자 “몸이 좋지 않아 요새 병원을 다닌다. 현직 지사가 있는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한다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윤태정 전 강정마을회장은 현재 해군기지 찬성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000일간 강정 해군기지 유치 찬성 활동을 해 왔다. 2012년 3월에는 강정마을에 찾아온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제 와서 외부세력들이 구럼비 어쩌구 하면서 포장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정마을 안에 해군관사가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위원장에게 전화와 문자를 보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김 전 지사가 불출마하고, 우근민 전 지사가 당선됐다. 우 전 지사가 김 전 지사와 달리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2012년 3월 기지 공사가 본격 시작되자 해군참모총장에게 공사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도지사 권한으로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며 우 전 지사를 불신했다. 우 전 지사는 전화통화에서 “죄송하다. 아무 말도 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 연합뉴스
“죄송하다, 아무 말도 안 하겠다”
박영부 전 서귀포시장은 김 전 지사 시절 도 자치행정국장을 지냈다. 2008년 9월께 그는 제주해군기지 유치를 위한 제주도 유관기관회의에 참석해 해군기지 유치에 도의회가 장애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정 주민들은 그를 ‘해군기지 문제 초창기에 강정마을을 갈등으로 이끈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박 전 시장은 <주간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유관기관 회의에 대해) 당시 잘못된 보도가 많이 나왔다. 애초에 해군에서 주도한 회의였고, 양심을 걸고 주민들 편에 서서 피해를 적게 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려고 했었다. 강정에 그런 게(해군기지) 안 오면 좋겠지만 불가피하게 국가사업으로 들어왔다면 세금으로 피해를 보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군으로부터 ‘제주도가 일을 방해하냐’는 핀잔을 들어가면서 일했다. 주민들은 그런 걸 몰라준다. 하지만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분들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관련 인사들의 해군기지 찬성 발언도 두고두고 회자됐다. 2012년 총선 직전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인물들의 ‘말바꾸기 사례를 모아 발표했다. 한명숙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이던 2007년 2월 국회에서 “제주해군기지는 군사전략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시절 “해군기지가 제주의 중요한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손학규, 이해찬, 신기남 등 현재 야권의 주요 인사들도 ‘말바꾸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명숙 의원 측은 “현재는 당의 입장(공사 중단 후 재검토)과 같은 의견이다”라고만 전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메일을 통해 “2007년 대선 예비경선 때 한 번 제 의견을 말한 게 전부다. 저를 욕해서 분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일 것”이라며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다”고 답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