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신자녀의 병든 부모 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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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일본 독신자녀의 병든 부모 수발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야마무라 모토키 지음·이소담 옮김 코난북스·1만5000원

일본에서는 간병과 수발을 포함해 돌보는 일을 ‘개호’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개호와 연관된 사회문제를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노노 개호’는 노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돌보거나 노인끼리 서로를 돌보는 것을 뜻한다. ‘인인 개호’는 치매 노인을 돌보다 함께 인지장애를 겪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호 자살·살인’은 개호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보는 이를 살해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게 ‘개호 독신’이다. 개호 독신은 독신 자녀가 홀로 병든 부모를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는 이미 일본 사회에 만연한 이 문제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본 사회에 어떤 굴레로 작용하는지를 짚은 책이다.

지은이는 개호 독신자들이 떠안은 가장 큰 문제로 고립감을 꼽는다. 일을 하지 않는 개호 독신자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부모한테 기생한다는 눈총을 받는다. 고령자를 돌보는 일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에 이들의 고립감은 한층 커진다.

일과 개호를 병행하는 경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일을 멈추고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일을 마치고 돌아가도 개호라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리기에 스트레스는 극대화된다. 이를 견디지 못해 일을 그만두게 되면 이후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개호자들을 인터뷰하면서 현재 일본 사회 ‘개호 복지’의 흐름을 짚는다. 일본에서는 현재 개호를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개인에게 부담 지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복지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개호와 관련한 개인들의 문제는 더욱 크게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사회와 비혼사회가 만나 만들어진 비극이 개호 사회다. 일본 사회의 비극은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 구축이 미비한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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