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사랑이 많은’ 19명의 이야기](https://img.khan.co.kr/newsmaker/1135/20150721_80.jpg)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박상미 지음·해냄출판사·1만3800원
인터뷰를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나의 목소리를 되찾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기대고 그들의 삶에 물들면서 내 호흡을 다시 가다듬는 일이다. 지은이는 19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다. 공지영, 박범신, 백기완, 이외수…. 그러나 이들이 유명하고 완벽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이들을 ‘완벽한 사람’이라기보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책의 제목은 공지영의 소설 <인간에 대한 예의>의 한 구절이다. “진심으로 직면할 것, 진심으로 기원할 것, 그리고 남은 시간은 견딜 것, 반드시 그 뒤에는 사랑을 통한 성숙이 온다는 사실을 믿을 것.” ‘사랑이 많은 사람’은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정원예술가 성범영은 제주의 돌과 나무를 평생을 바쳐 사랑했다. 그가 황무지를 일구어 만든 분재 정원 ‘생각하는 정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재 정원’으로 찬사를 받았다. 제주에 땅을 사기 위해 와이셔츠 사업을 시작한 그는 와이셔츠 사업이 불같이 일어나도 제주의 나무만 생각했다. IMF사태 때 정원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어도 정원을 떠나지 않고 행여나 바람에 나무가 쓰러질까 돌담을 쌓고 쌓았다.
영화감독 임순례는 약자의 인권·정의·생명을 영상에 담아 왔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이기도 한 그는 동물을 배려할 수 있는 사회라면 사람에 대해서는 당연히 더 배려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루저’라고 표현하면서도 그 시절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년 늦게 대학을 간 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대학원 논문이 통과되지 못하는 시련을 겪어지만, 그 시간들을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은이는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대사 “너 행복하니?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고”를 임 감독에게 돌려주면서 “물어보지 않아도 그는 렌즈에 담아야 할 세상이 너무 많아서 충분히 바쁘고 행복해 보였다”고 말한다. “무엇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들은 마지막엔 반드시 꿈을 이루는 것 같다.” ‘사랑이 많은’ 19명을 인터뷰한 지은이가 남기는 말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