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의 땅 DMZ 주변에서 천연기념물 제243호 독수리들이 여름을 나고 있다. 이들은 몽골이나 시베리아와 같은 곳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잠시 우리나라에 찾아와 월동을 마치고 3월에 돌아갔어야 했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동료들과의 동행을 포기하고 푸른 숲으로 우거진 DMZ와 임진강을 배회하며 머물고 있다. 다섯 마리가 활동한다는 제보는 받았지만 카메라에 확인된 것은 세 마리다.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어른새이며 한 마리는 어린 녀석이다. 이들이 오전에는 늘 한곳에 함께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한 가족으로 보인다. 매년 겨울이면 이곳에 많은 무리가 찾아와 집단활동을 하지만 이처럼 여름철에 활동하는 것이 목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 웅크리고 앉아 있던 독수리가 날개치기를 하며 DMZ 숲으로 날아가고 있다.
몸 길이 1m에 날개 길이가 2m에 이르는 독수리들은 높이 비행을 한다고 해서 ‘하늘의 제왕’이라 불린다. 사냥을 하기보다 동물의 사체를 찾아 먹는다 해서 ‘대지의 청소부’로 불리기도 한다. 독수리들이 겨울철에는 속살이 드러난 대지에서 굶주림으로 죽거나 동사한 동물의 사체를 찾기가 쉽지만, 여름철 숲으로 가려진 대지에서 먹이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2. 높은 곳을 좋아하는 독수리들도 무더위에는 숲속에서 보낸다.
상승기류가 오르는 오전 10시쯤이면 날개치기를 하며 상공으로 날아올라 기류를 타고 나선형을 그리며 먹이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상공에서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이들도 숲으로 가려진 대지에서 먹이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날개치기로 낮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듯했다.

3. 독수리 가족이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들물과 썰물 폭이 큰 임진강을 배회하며 어부들이 버린 죽은 물고기가 물결에 실려 강가로 온 것을 먹으며 여름을 나게 된다. 독수리는 날렵하지 않지만 다른 맹금류들 중엔 당할 자가 없다. 그래서 맹금류들은 어렵사리 사냥한 먹이를 독수리에게 빼앗긴다.
<이재흥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