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무한도전>의 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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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달 공개되는 그룹 빅뱅의 노래가 화제죠? 빅뱅은 2006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인데, 현재도 매달 1일 음원을 공개해 음원차트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노래든, 좋은 가수든 10년 정도를 보면 질리게 마련이죠. 하지만 빅뱅은 10년 동안 꾸준한 음악적 성장을 통해 대중이 찾는 아이돌 그룹으로 장수하고 있습니다. 방송가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오늘은 바로 MBC <무한도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마침 <무한도전>이 이달 초 중국 국영TV인 CCTV와 현지판 제작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요즘 중국 성 단위 위성TV에 진출하는 드라마나 예능은 있지만 중국의 중심 방송사라 할 수 있는 CCTV에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MBC는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CCTV 측에 전하고, CCTV는 여타 비슷한 프로그램이 난립하는 중국 내에서 배타적 독점권을 갖습니다. 이들의 방송은 10월로 예정돼 있죠. <무한도전> 역시 2006년 5월 ‘미쉘 위’ 특집을 시작으로 MBC 파업기간을 제외한 매주 시청자들을 만나왔습니다. 원래 주말 프로그램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로 시작됐다가 김태호PD가 연출을 맡으면서 현재의 멤버로 재정비됐습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고, 올 초 10주년을 기념한 ‘5대 기획’을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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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빅뱅과 다르게 매주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야 한다는 악조건을 딛고 인기 예능으로 거듭났습니다. 10년 동안 새로운 세대 역시 계속 시청자에 편입돼 10~20대 팬들도 여전히 많은 예능입니다. <무한도전>의 가장 큰 장점은 굴레가 없고, 형식이 없다는 점입니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구성을 실험합니다. 그러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죠. 그걸 내부회의나 외부 기사나 평론 등 반응을 보고 좀 더 재미있게 고칩니다. 그리고 나서 어느 정도 형식이 정착되면 재미를 조금씩 보강하면서 회차를 이어갑니다. 기존 예능의 미덕은 견고한 형식에 있었죠.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한 번에 무너뜨렸습니다. 예능PD라면 누구나 학을 뗄 만한 ‘특집’을 매주 내걸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멤버들이 외계인 분장을 하면 ‘우주 특집’이 되고, 여고생 분장을 하면 ‘여고 특집’이 되는 식입니다. 거기다 멤버들의 리얼한 일상이 캐릭터로 스며들고, 멤버들의 개인사도 아이템이 됐죠. 거기에 정기적으로 하는 큰 도전을 통해 감동도 줬습니다. 올해 <무한도전>은 ‘5대 기획’으로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인 노홍철의 대체자를 찾는 ‘식스맨 프로젝트’를 가동해 제국의 아이들의 황광희를 멤버로 들였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가요제’를 준비 중이고,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 ‘무한상사’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주로 가겠다며 청사진을 공개했죠. 다른 해는 그해 그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한 주 한 주 운영이 됐지만 ‘5대 기획’이 들어선 올해는 확실히 힘이 많이 들어간 모습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주였는데요. 이미 예고한 ‘가요제’의 진행을 빨리 하기 위해서 번외편으로 준비했던 노총각, 노처녀 연예인 소개팅 코너를 급하게 끝내버린 거죠. 많은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변화무쌍한 형식에, 항상 노력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그들이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하지만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은 왠지 힘도 많이 들어갔고, 긴장감도 높은 듯합니다. 너무 굳어 있지 말길 바랍니다. 자유, 그 자체가 <무한도전>이니까요.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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