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스 운동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해서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을 와해성 혁신으로 변화시켰다. 국내에서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나 활용가치를 모르는 IT 인력은 없을 것이다. 기업의 활용도도 높아졌고, 정부 정책도 오픈 소스 활용이나 관련 인력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제 세상은 이미 오픈 소스가 점령했고, 모든 세계적 기업은 오픈 소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IT 칼럼]‘오픈 소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https://img.khan.co.kr/newsmaker/1132/20150630_53.jpg)
그러나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국내 엔지니어나 기업의 공헌은 아직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 주목받는 아파치 타조 프로젝트나 타이젠 운영체제 외에는 소수의 개인 엔지니어들이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자사의 핵심 엔지니어가 오픈 소스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유도하거나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오픈 소스화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비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기본적으로 자사의 수많은 소프트웨어나 연구결과물을 오픈 소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조차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도 2014년 37개 오픈 소스 전문기업에 투자할 정도로 오픈 소스 자체도 투자가치가 높다고 인정받고 있다.
왜 기업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오픈 소스화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국내 기업의 임원이나 정책 담당자는 아직도 명확한 답을 잘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오픈 소스 전략을 총괄한 제임스 피어스의 인터뷰는 왜 기업이 오픈 소스 전략에 큰 의미를 갖는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가 제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호 호혜성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관점이다. 많은 미국 스타트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소위 LAMP(리눅스, 아파치, 마이SQL, PHP)라고 부르는 오픈 소스 조합은 웹 2.0 시대부터 수많은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 구축을 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데 큰 바탕이 됐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모두들 다시 자신들의 결과물을 오픈 소스로 공유하는 데 적극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오픈 소스를 통한 혁신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풀고자 하는 문제를 내부 인력만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오픈 소스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전 세계의 엔지니어가 같이 참여해서 풀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훨씬 혁신적인 해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결국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오픈 소스화하면, 이를 이용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증가하고, 결국 그런 엔지니어들 중에 최상의 엔지니어를 다시 회사에 합류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를 쉽게 발굴할 수 있고, 이들을 통해 회사의 소프트웨어 혁신을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오픈 소스 전략의 적극적 활용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하트블리드 사건과 같은 보안 취약성이다. 그러나 국민대학교의 이민석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급한 대로 오히려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하트블리드 사건이 확인되자마자 패치가 이루어지고 많은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미처 몰랐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오픈 소스가 아닌 경우에 그 문제가 숨겨지거나 해킹에 사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이민석 교수의 주장이다.
오픈 소스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픈 소스가 결국 회사의 전략 실현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깊이 있게 인식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전략이 오픈 소스 활용보다는 자사 소프트웨어의 오픈 소스화와 이를 통한 리더십 확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도 활용 인력의 육성이 아니라 정부 지원 개발 결과의 오픈 소스화, 참여 인력의 육성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정부 지원에 의한 연구 결과를 가능하면 오픈 소스로 제공하게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