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8시45분 SBS에서 방송되는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는 요즘 예능 판도에서 몇 안 되는 ‘착한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중·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의 부모가 함께 출연합니다. 사춘기 또는 성장기에 있을 수 있는 여러 고민을 놓고 근본적으로는 가족 사이의 이해와 노력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고민은 관찰 카메라 형태로 전달됩니다. 한 번은 부모의 시각에서, 한 번은 자녀의 시각에서 문제를 보고 이를 토대로 토론을 통해 결말로 나아갑니다.
<동상이몽>의 제작진은 2013년 논란의 파일럿(시범) 예능 <송포유>를 만들었던 이들입니다. <송포유> 역시 학생을 주인공으로 다뤘다는 점에서는 <동상이몽>과 비슷합니다. 당시 프로그램은 이승철, 엄정화 등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문제 학생으로 낙인찍힌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구성한다는 줄거리였습니다. 그러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 합창단을 꾸릴 때 지원했던 학생들이 과거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기 때문입니다. 방송 후 곧바로 온라인을 통해서 이 문제 학생들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다른 학생들의 절규가 터져나왔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은 문제 학생의 비행을 미화한다는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프로그램은 3회를 기약하고 마지막으로 합창공연을 통해 대미를 장식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의도보다는 논란이 커진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동상이몽>은 2년 사이 제작진이 청소년 문제를 보는 시각이 좀 더 촘촘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제작진은 각종 상담이나 심리를 통해서도 인식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부모와 자녀를 섭외하고 방송 이후에는 꾸준히 연락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찰 카메라를 시행할 때도 사생활 공개나 여타의 가능성에 있어서도 정밀하게 대응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 SBS
청소년 문제는 대수롭게 넘길 수 있지만 이후 성인으로 자라나는 한 인간의 사고체계나 가치관을 정립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방송 역시 이에 접근할 때는 다른 프로그램보다 훨씬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가 된 가족들의 화해를 도모하고, 그 사이 패널들이나 MC들이 아낌없이 조언을 하고, 또한 재미도 만들어가는 모습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실마리가 되는 곳이 바로 방송 무대라는 점입니다. 비연예인인 학부모나 학생들은 방송환경이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평소의 심리상태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할 가능성도 다분히 높습니다. 제작진이 문제 해결을 위해, 예를 들어 스타를 좋아해서 문제인 학생에게 직접 스타를 등장시키는 해법을 쓰는 것은 단순히 감정의 고조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다는 착시효과를 줄 수도 있는 겁니다. 다른 교양 프로그램에서 문제의 해결을 일상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작진은 감정의 고조를 위해 부모자식 사이에도 모르는 비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이후 정교하게 관리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문제의 씨앗이 될 수도 있죠.
청소년 관련 예능은 잘 구성이 될 경우 사회에 널리 알려야 할 좋은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제작진의 오판이 더해지면 시청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동상이몽>은 그런 의미에서 제작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프로그램이어야 합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