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에서 샌토럼이 범한 최대 실수는 ‘사회 현안에 대한 실언’이다. 이견이 있는 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경선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화당의 불문율이다. 4년 만에 이 같은 약점은 보완됐을까.
2012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 경선전에서 뜻밖의 선전을 한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57)이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두 번째 도전장을 던졌다. 4년 전 샌토럼의 공화당 경선 성적은 대선 후보가 된 밋 롬니에 이어 ‘2위’였다. 출발도 좋았다.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그 해 1월 초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를 했고, 4월 10일 중도 포기 선언을 하기 전까지 30개주에서 경합해 11개주에서 승리하며 400만표 가까운 표를 획득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선전이었다.
4년 후 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론은 좋지 않다. 지난 4월 24일~6월 4일까지 샌토럼의 RCP 평균 지지율은 1.5%다. 공화당 후보군 14명 가운데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함께 공동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으로 서는 폭스뉴스와 CNN이 밝힌 공화당 후보 TV토론 참석 기준인 10위권 밖이다.
2012년 대선에서 샌토럼이 범한 최대 실수는 ‘사회 현안에 대한 실언’이다. “입만 열면 멍청한 말만 했다”는 것이다. 그도 자인하고 있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이견이 있는 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경선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화당의 불문율이다. 당시 그의 캠프에서는 실언이 오후 시간대에 집중된 것으로 미뤄 피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식이요법은 물론 간단한 골프와 볼링이 해결책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4년 만에 이 같은 약점은 보완됐을까.
샌토럼은 출마 선언 열흘 뒤인 지난 6월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기후변화에 관해 발언하는 데는 더 자격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뭇매를 맞았다. 그는 “정치인은 미국인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교황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은 교황이 기후변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에 도덕적 권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월 초에 필라델피아의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교황은 과학은 과학자에게 남겨두고 기후변화 대신 신학이나 도덕성과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 데 이은 발언이었다. 기후변화는 가톨릭에서 도덕적 현안으로 여겨온 중대한 사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 발표할 회칙에도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가톨릭 신자인 그가 가톨릭계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는 최근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한 사실을 커밍아웃한 육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너 브루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샌토럼은 “만약 그가 여성이라고 한다면 그는 여성”이라고 했다. 상원의원 시절 동성애를 수간에 비유해 동성애 옹호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그로서는 큰 변신이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육상 10종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제너는 지난달 잡지 ‘베너티 페어’ 표지사진을 통해 성전환 사실을 밝혔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제너에게 공개지지를 보낸 바 있다.
CNN은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을 두 번 지낸 샌토럼이 이번 대선에서 사회 현안에 관한 발언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4년 전과 같은 지지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후보들과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대신 이번 대선에서 그는 공략 대상을 워킹 패밀리, 블루칼라 층으로 바꿨다. 지난해 <블루칼라 보수주의자>라는 책을 썼는데, 이 같은 의제를 선점할 의도였다. 그의 선거전략가 존 브라벤더는 “어떤 후보도 워킹 패밀리의 대변자가 된 적이 없다”면서 그가 이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