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자백에 관한 실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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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거짓 자백에 관한 실화 연구

전락자백
우치다 히로후미 외 지음·김인회, 서주연 옮김·뿌리와이파리·1만8000원

‘한국의 첫 오판 연구’로 인정받는 김상준 판사의 논문 <무죄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심 유죄,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강력범죄 사건 540건 가운데 31.5%가 허위자백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미국에서 DNA 검사로 진범이 아니라고 밝혀져 면죄를 받은 303명의 경우 27%가 거짓으로 범죄를 자백했다. 미국 미시간대학 로스쿨 새뮤얼 그로스 교수가 2012년 6월 오판사례 873건의 원인을 분석했는데 그 중 15%가 허위자백 탓이었다.

일본에는 설원(雪寃·억울한 죄를 풀어 없앰) 프로젝트가 있다. ‘설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형사법학자, 심리학자, 변호사들로 구성된 ‘진술증거 평가의 심리학적 방법에 관한 연구회’는 3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이 책은 네 건의 대표적인 원죄사건을 형사절차와 심리학의 두 측면에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시카가 사건, 도야마히미 사건, 우쓰노미야 사건, 우와지마 사건은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 네 사건 모두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의심을 받아 체포된 사람들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했다. 경찰관도, 검찰관도, 재판관도, 변호인도 실제로는 하지도 않은 일의 거짓 자백을 진짜 자백이라고 믿어 버렸다. 피의자들의 무고함은 엉뚱한 곳에서 밝혀졌다. 왜 이러한 거짓 자백이 일어나는 것일까.

책은 자백으로 전락하는 특징을 8가지로 분석한다. 일상생활로부터 격리되어 있고 타자에 의한 지배와 자기통제감이 상실되면서 거짓 자백이 일어난다. 장기간의 정신적 굴욕이나 취조관들이 자신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것도 피의자가 취조과정에서 거짓 자백을 하게 되는 심리적 배경이 된다. 책은 증거의 왕으로 간주되는 거짓 자백이 증거의 마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짓 자백 강요와 피의자의 인권침해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형사재판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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