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교 목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6~2007년까지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허커비는 사회적 보수주의자와 복음주의 기독교도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지지기반을 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같은 신진 후보와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2008년과 2012년. 선거자금이 부족해 중도 포기했던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더 좋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첫 도전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는데도 두 번째는 나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60) 이야기다. 허커비가 지난 5월 5일 자신의 고향인 아칸소주 호프에서 8년 만에 다시 공화당 대선 후보에 도전장을 던졌다.
허커비는 2008년 대선 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2007년 8월 아이오와 인기투표(스트로폴)에서 2위를 한 그는 그 여세를 몰아 ‘대선의 풍향계’로 일컬어지는 2008년 1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4위),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2위)도 그의 뒤에 있었다. 닷새 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매케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실탄인 선거자금이 달린 그는 그 해 3월 중도 포기를 선언해야 했다.
2012년 대선은 최고의 기회였지만 그는 출마조차 하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허커비는 공화당 잠정 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렸다. 2009년 11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그는 맨 앞에 있었다. 1년 뒤인 2010년 11월 CNN 여론조사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월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와 43% 대 43%로 비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 해 5월 허커비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모든 지표는 출마하라고 하지만 내 마음이 하지 말라고 한다”고 했지만 정치보다는 방송 진행자로서 돈 버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2008년 대선에서 중도 포기한 그는 방송 진행자로 변신했다. 그 해 6월 폭스뉴스 해설위원으로 방송에 데뷔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폭스뉴스 토크쇼 ‘허커비’를 지난 1월까지 진행했다. 2012년 4월부터 2013년 말까지는 라디오 진행도 맡았다. 6년여 동안 방송 진행을 하면서 높인 인지도와 모은 돈이 다시 그를 대선에 뛰어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침례교 목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6~2007년까지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허커비는 사회적 보수주의자와 복음주의 기독교도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지지기반을 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같은 신진 후보와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또 세금 인상과 재소자 감형 주장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선거자금 동원력이 여전히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그가 출마 선언 연설에서 억만장자가 아닌 노동자로부터 풀뿌리 모금을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100만 달러를 기부한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비록 농담이었지만 선거자금에 목말라 하는 그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공화당 다른 후보에 비해 사회 현안을 제외하고 경제나 국가안보 면에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보수파의 대표 논객인 글렌 벡은 그를 “크루즈나 랜드 폴 상원의원의 표를 갉아먹기 위해 출마한 방해꾼”이라고 혹평했다.
허커비는 CNN과 ORC가 5월 29~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14%)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3%)에 이어 10%를 얻어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공동으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26~5월 31일 실시한 RCP 평균 지지율은 9.3%로, 부시 전 주지사·루비오 상원의원·워커 주지사·유명 의사 출신의 벤 카슨에 이어 5위를 지키고 있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