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도매’로 넘어가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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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이야기지만 페이스북도 독자적인 뉴스 유통을 시작했다. 인스턴트 아티클이라고 하는 이 ‘기능’은 현재 아이폰앱에서만 활용 가능한데 정말 빠른 속도로 뉴스를 보여준다.(사진) 링크를 따라가 읽는 행위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체험의 변화다.

뉴욕타임스, 버즈피드 등 신구를 막론한 미디어들과 직접 제휴해 제공하는 모델 그 자체는 우리의 포털과 흡사하다. 실제로 포털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는 통일되고 정제된 체험에 있다. 제각각이고 과하다 못해 현란하기까지 한 각 뉴스 미디어로의 ‘아웃링크(원 사이트로의 직접 링크)’는 피곤하다. 뉴스를 앱 안에 품게 된 페이스북의 경우 이를 속도라는 지표로 설득하고 있는데, 종래 아웃링크에 비해 최대 10배나 빠르다고 자랑이다.

타인의 콘텐츠를 대신 보여주고, 그 편이 정말 더 편하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벌어지는 일은 네이버 산하에서 재정렬된 한국의 언론 지평만 봐도 명백하다.

이런 정보쇼핑몰에 입주하면 친절히 수금을 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콘텐츠 생산자는 길들여져 간다. 스스로 구독료를 받고 유통을 하던 시절을 잊어 가는 것이다.

[IT 칼럼]모바일 시대, ‘도매’로 넘어가는 콘텐츠

그 시절이란 어떤 시절일까? 웹이 등장하기 이전, 또는 아직 웹이 어렸던 시절이다. 구글이 생겨날 무렵이기도 하다. 구글의 창제원리를 기억해 보자. 좋은 콘텐츠, 참조할 만한 콘텐츠는 링크가 많이 걸리고, 그 링크 순위를 계산하면 훌륭한 검색 결과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 예측은 적중했다.

좋은 콘텐츠, 좋은 사이트를 만들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틀림없이 찾아올 것이라는 낙관이 웹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정보의 복합 유통단지가 등장한다. 그들은 완성도 높은 창구를 만들어 일원화를 꾀한다. 그리고 그 가속도는 모바일 시대가 되어 창이 좁아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왜냐하면 그 비좁은 창과 키보드에서는 검색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링크라는 정보의 가늠자 대신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맥락 없는 추천이 그 콘텐츠를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 웹에 다는 링크와는 달리 사연과 수고가 적다. 정보유통업자에게 도매로 넘어 간 후 그 매대에서 순위는 순간의 초기 반응으로 결정난다.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찰나적인 자극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퇴화다.

이 퇴화의 길은 구글조차 깨달은 지 한 10년은 되어 간다. 그들도 좋았던 시절 열린 웹으로부터의 결별을 서서히 준비해 왔다. 블로그 리더를 폐쇄하고 구글 플러스 등을 만든다. 선별은 장터의 입소문 대신 유통채널의 물량공세가 하는 시대가 정보에도 찾아온다고 믿었나 보다. 유튜브를 인수하고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 웹이 닫히는 날을 위한 일종의 대체재 채널을 궁리한다.

웹을 수놓던 정론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급기야 ‘무엇무엇하기 위한 10가지 이유’와 같은 ‘리스티클’이 들어온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아주 짧은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경제적 여유밖에 없다는 체념이 읽힌다.

예전에는 골목마다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들이 있었지만, 그 골목들은 개발되어 거대 상업시설과 프랜차이즈만 남기고 사라져 갔다. 점점 많은 글 쓰는 이들이 아마 그 가게 주인들과 비슷한 심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재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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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