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최고경영자 출신의 피오리나는 공화당이 대선 후보의 중요한 자질로 여기는 공직 경험이 전혀 없다. 다른 후보에게 없는 민간 부문 경험은 장점이지만 폭발력이 거의 없다.
‘작은 부동산 회사의 비서 출신에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성공한 여성 기업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저격수’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2016년 미국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후보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61)에 대한 평가다. 전자는 성공한 여성 기업가로서의 면모이며, 후자는 이번 대선에서의 그의 역할이지만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1999년 7월부터 2005년 2월 해임될 때까지 HP의 CEO를 지낸 피오리나는 ‘미국 20대 기업의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1998년 사실상 무명이던 44세의 피오리나를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순위 맨 앞에 올렸다. 10개월 뒤에는 HP의 CEO가 됐다. 처음 CEO가 됐을 때 매출액과 순익이 각각 420억 달러와 31억 달러였지만 해고되던 해 매출액(870억 달러) 대비 순익(24억 달러)은 급감했다. 이 때문에 그가 성공한 여성 기업가인가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CEO에서 해고된 것은 ‘실패한 리더’라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공화당 내 유일한 여성 후보라는 점은 그가 유력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러 클린턴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틈새전략’일 뿐, 그 자체에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피오리나의 한계는 HP 해고 뒤 보여준 일련의 정치적 실패에서 잘 드러나 있다.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고문으로 일했으나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을 노렸으나 현역 민주당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특히 그해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 해여서 피오리나의 패배는 그만큼 뼈아팠다. HP 해고, 2008년 대선 실패, 2010년 상원의원 실패는 이번 대선에서 그가 직면한 3대 걸림돌로 꼽힌다.
정책 면에서는 공화당 잠룡 가운데 중도보수로 분류된다. 낙태에는 반대하고 동성결혼은 지지한다. 대외정책의 핵심은 ‘친이스라엘, 반이란’이다. 지난 5월 17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공화당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인 ‘링컨데이’ 만찬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당선되면 두 정상에게 전화할 것이다. 첫 번째가 이스라엘 총리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할 것이라고 하겠다. 두 번째는 이란 최고지도자다. 전화를 받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핵 시설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금융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겠다.”
피오리나는 공화당이 대선 후보의 중요한 자질로 여기는 공직 경험이 전혀 없다. 다른 후보에게 없는 민간 부문 경험은 장점이지만 폭발력이 거의 없다. 고작 직원 9명인 부동산 회사 비서에서 HP의 CEO가 된 성공 스토리와 넘치는 자신감 정도가 선거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뉴욕타임스는 자신감이 넘치는 성향을 바탕으로 TV토론을 잘 한다면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를 수 있거나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장관직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TV토론 참석 자체가 봉쇄될지도 모른다. 폭스뉴스와 CNN은 지난 5월 21일 오는 8월과 9월에 각각 예정된 TV토론 참석자 선정 기준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10위 안에 든 후보를 제시했다. 피오리나는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상원의원과 함께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폭스뉴스가 지난 5월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피오리나는 진달 주지사와 함께 1%를 얻어 공동 12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5월 12일 RCP 평균 지지율도 1.3%로, 12위였다.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