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하천이나 들녘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있다. 몸 전체가 희고 언제 봐도 깃털 하나 흐트러짐 없이 정갈한 자태의 백로다. 이들이 요즘 경기도 고양시 작은 숲 속에 400여 마리가 무리지어 지내고 있다. 고양시 도시개발과 함께 사라진 야산의 일부에 남겨진 자투리 숲속이다.
배설물로 인해 고사된 소나무들이 곳곳에 있는 것으로 보아 백로들은 개발로 인해 삶의 터가 좁아졌지만 떠나지 않고 매년 집단번식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1. 좁은 소나무숲 가지에 백로 둥지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숲속엔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황로 등이 부화한 새로운 생명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좁은 터에서 많은 무리가 둥지를 틀다보니 나뭇가지마다 둥지가 달려 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이 고갯짓을 하는가 하면 아직 푸른빛을 띠는 알이 둥지에서 따사로운 빛을 받고 있기도 했다.

2. 멀리 날아갔던 백로 어미들이 숲 위로 날아들고 있다.
어미들은 태어난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떨어질까봐 날개깃으로 다독이며 새끼들을 보살핀다. 이웃 둥지와 너무 가깝다보니 신경전과 다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잿빛의 몸이 큰 왜가리들은 백로보다 높고 전망 좋은 곳에 둥지를 틀고 숲속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 외 개체수가 수적으로 적은 해오라기·황로 등은 숲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 백로 새끼들이 서로 먼저 먹겠다며 어미의 부리에 매달리고 있다.
어미들은 새끼들이 자라면 둥지가 좁아질 것을 알고 수시로 나뭇가지를 물어와 둥지를 넓게 증축한다. 새끼들끼리 다툼을 하거나 거센 바람이라도 불면 둥지 밖으로 떨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미들은 숲으로부터 떨어진 한강과 들판으로 날아가 먹이활동을 하고 돌아온다.

4. 황로도 백로 둥지와 거리를 두고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다.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던 새끼들은 어미앞으로 입을 벌리며 소리를 내면서 눈을 마주치려고 몸을 있는 대로 들어올린다. 어미는 입을 벌리며 대드는 새끼들 입에 골고루 먹이를 토해 먹인다. 이들은 4~6월에 산란해 3~5개의 알을 낳고 20여일 넘게 품어 부화를 하며, 둥지에서 40여일 가까이 자란 후 둥지를 떠난다.

5. 언제 부화되었는지 몸집이 어미만해진 왜가리 새끼들은 둥지를 떠날 시기가 임박해 보인다.
각종 물고기, 개구리, 메뚜기 같은 곤충을 잡아먹는가 하면 수중에서 자라는 식물 등도 섭취할 정도로 식성이 다양하다. 백로과는 12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중대백로, 중백로,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대백로 5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 중 대백로와 쇠백로는 텃새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재흥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