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사회 모든 곳에 있는 군사주의](https://img.khan.co.kr/newsmaker/1129/20150609_80.jpg)
군사주의는 어떻게 패션이 되었을까
신시아 인로 지음·김엘리, 오미영 옮김 바다출판사·1만5000원
호기심은 학문적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것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일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일이다. 다른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행위다. 지은이는 페미니스트 호기심에 대해 말한다. 페미니스트 호기심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구화와 군사주의 작동에 대해 물음표를 찍는다. 지구화와 군사화는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나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 집요한 물음은 당연한 것 뒤에 숨은 힘의 관계, 그리고 이를 이용하려는 권력의 의도를 드러낸다.
1960년대 초, 나이키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 한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산업화를 빠르게 실현해 글로벌 경제체제에 편입하길 열망했다. 나이키에 값싼 노동력이 있다며 공장 유치를 제안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집안에서 살림을 배우다 시집을 가는 것이 당연한 절차처럼 여겨졌다.
여성들의 노동력을 공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캠페인이 벌어졌다. 공장에 가서 생활비를 벌어 가장을 돕고, 장남을 뒷바라지하며 돈을 모아놓으라고 홍보했다. 국가의 목적은 젊은 비혼 여성들이 딸로서의 노동을 외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싸게 만드는 데 있었다. 군사정권은 여성을 제멋대로 선취하고 여성을 ‘시민’이 아닌 ‘순종적인 딸’로 규정하면서 지구화된 산업체계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지은이는 군사주의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곳에 있다고 말한다. 제3세계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여 만든 운동화나 옷, ‘군기가 빠졌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조직 분위기, 군대에서 고생하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각종 미디어에 군사주의는 깊숙이 스며 있다. 지은이는 군사주의가 지속되면 진정한 민주적 삶이 끊임없이 파멸될 것이라고 말하며 숨어 있는 군사주의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우리의 삶을 탈군사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