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자식을 둔 가족 이야기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북리뷰]특별한 자식을 둔 가족 이야기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
앤드루 솔로몬 지음·고기탁 옮김 각 2만2000원·열린책들

카프카는 주먹으로 머리를 때려 우리를 깨우는 책이 아니라면 읽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점에서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는 꼭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그가 10년여에 걸쳐 쓴 무려 1600여쪽의 이 대작에는 청각장애, 다운증후군, 소인증, 자폐증, 정신분열, 신동, 트랜스젠더,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 범죄를 저지른 아이 등 특별한 자식을 키우는 300여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모두가 하나같이 머리를 때려 깨운다.

솔로몬은 ‘하느님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주신다’는 긍정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대신 너무 쉽게 이런 말을 건네는 세상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을 통해 이른바 상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한지 드러낸다. 그리고 객관적이면서도 공감 어린 시선으로 이런 특징을 가진 이들이 처한 도덕적 딜레마를 보여줌으로써 쉬 답하기 힘든 윤리적 질문들을 독자에게 던진다. 만약 갑자기 아이가 생겼는데 그 아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끔찍한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면 그 아이를 낳아 기를 것인가? 만약 부모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 장애 딸의 성장을 막기 위해 자궁절제술을 실시했다면 그것은 비도덕적일까? 만약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간 아이가 갑자기 친구들 수십명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상상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제기된 이런 질문들은 독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솔로몬이 서문에서 장애나 범죄 같은 흔히 ‘비정상’으로 치부되는 특징들을 ‘정체성’이라고 규정한 것도 당혹감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책을 통해 인공와우수술을 거부하는 많은 농인들과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 같은 장애를 치료하려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난 뒤에는, 그가 왜 ‘세상이 수치스럽고 측은하게 여기는 이런 특징들’을 정체성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껏 당연시했던 통념들을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된다.

다운증후군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는 아들과 아주 잘 지낸다고 말했다가 정신과 의사로부터 그런 방어적인 태도는 좋지 않다는 지적을 당한다. 책은 그것이 정신의학적 지식이 아니라 무지의 편견에서 나온 그릇된 처방임을 알려준다. 문제는 이런 식의 상식/지식의 권위로 편견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남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더욱 고립되고 고통을 받으며, ‘정상인’들조차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크고 강하고 놀라운 존재인지 알 수 없기에 사소한 차이에도 겁을 먹고 두려워하며 불안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아들이 총기를 난사해 친구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끔찍한 일을 겪은 어머니는 말한다.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곧잘 읽는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도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낳은 자식에 대해서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머니는 말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다 있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그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모두를 사랑하는 것,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다.

<김이경 소설가/독서칼럼니스트>

북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