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검은머리 외국인-미국 자본의 은행 인수 ‘이야기’](https://img.khan.co.kr/newsmaker/1128/20150602_128.jpg)
검은머리 외국인
이시백 지음·레디앙·1만4000원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샀고, 2012년 그것을 되팔았다. 론스타는 매각대금 등 모두 4조7000억원의 이윤을 남겼다. 막대한 매매차익에도 론스타는 한국 정부 때문에 충분히 돈을 못 벌었다며,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주장한 손해규모는 5조원. 지난 5월 15일부터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소송이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다.
1997년 IMF 이후 국내 은행이 외국계 자본에 팔려가는 과정에서 ‘외화 유치’만이 살길이라는 논리가 팽배했다. 주로 경제부처와 고위 관료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먹튀’ 우려를 제기하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외환은행이 외국기업에 넘겨야 할 정도로 부실상태가 아니라는 주장도 더불어 제기됐다. 최근 <뉴스타파>는 외환은행을 사들인 론스타 펀드에 자금을 투자한 사람 가운데 경제부처의 핵심 고위 당국자, 모피아의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3억9000만원을 투자해 109억원을 벌어들였다.
책 제목인 ‘검은머리 외국인’은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표현하는 말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처럼 해, 이를 호재로 부각시켜 매매차익을 얻는 사람들이다. 지은이는 IMF 이후 국민들은 나라가 어렵다며 장롱의 금을 모아 경제위기를 넘기고자 모두 한마음으로 힘썼는데, 고위관료들과 거대 로펌과 연결된 검은머리 외국인이 국내 은행을 무리하게 외국 자본에 넘기고 되팔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면 그것은 ‘반국가적’ 사건이 아니겠느냐며 비판한다.
까멜리아 공화국이라는 상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미국의 사모펀드가 까멜리아 은행을 인수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쓰였으며 대한민국의 어떠한 특정 사실이나 인물과 무관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투자자-국가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며 13년째 논란을 빚고 있는 론스타-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한국의 현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