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유권자의 완전한 무지와 태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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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유권자의 완전한 무지와 태만함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
리처드 솅크먼 지음·강순이 옮김 인물과사상사·1만4000원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토크빌의 말이다. 선거 결과는 언제나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된다. 그러나 국민의 위대한 선택은 어느 순간 ‘치명적인 선택’으로 전락한다. 당선자는 비상식적인 정책을 강행하고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를 배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를 통한 선거정치는 항상 이런 과정의 무한반복이다.

그러나 비판의 칼날은 언제나 정치인들의 무능으로만 향했지 유권자들에게 향하지는 않았다. 유권자들은 정치적 비판의 성역이었던 셈이다. 지은이는 과감하게 유권자들에게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유권자로서의 국민은 늘 그르지도 않았지만 늘 옳지도 않았다. 지은이는 유권자들이 범하기 쉬운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완전한 무지와 태만함이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 접근성이 높다고 실제로 정보를 많이 습득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이 엄청난 자원을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어떤 나라가 핵폭탄을 투하했는가?’라는 질문에 다수의 미국인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가 자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정보에 무지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를 찾는 일에도 태만하다. 지은이는 이러한 무지와 태만함은 정치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말한다.

우둔함도 유권자들이 범하기 쉬운 어리석음이다. 지은이는 유권자들이 사실이 무엇이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9·11사태 당시 미 정부에서는 미국을 공격한 이들이 사담 후세인과 결탁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자 언론의 압력을 받은 부시 대통령이 ‘9·11사태와 사담 후세인이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들은 공식 발표 이후에도 9·11사태와 사담 후세인이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은이는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정부의 수많은 우민화 장치를 거론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유권자는 현명한가’라는 질문을 늘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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