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일본 수산물은 과연 안전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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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본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매도하기 이전에, 일본 국내 특히 서일본에서도 후쿠시마현산(産)의 수산물 구입을 피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2013년 9월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에서 잡은 수산물의 전면적인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가 매일 약 300t씩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국민의 식품안전을 우선한 ‘예방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일본은 2013년 10월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식품·동식물 위생검역위원회’(SPS)에서 한국의 수입금지조치 해제를 4차례 요청했다. 한국이 SPS 협정에 근거하여 국민의 생명·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로서 수입금지조치를 도입한 것에 대해, 한국의 조치는 과학적 근거가 적은 부당한 수입제한으로 자유무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였다. 한국의 수입금지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WTO에 제소할 뜻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를 설치하여 금지조치의 재검토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SPS 협정은 합리적 기간(통상 6개월) 내에 금지조치의 재검토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 12월(7명)과 올 1월(15명) 두 차례에 걸쳐 일본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하였는데, 금지조치 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수순의 일환, 즉 ‘알리바이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정부가 두 차례 일본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면서 일본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의 전면적 수입금지조치 해제를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013년 9월 17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된 수산물을 제사상에 올려놓고 제를 올리는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최근 한국 정부가 두 차례 일본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면서 일본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의 전면적 수입금지조치 해제를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013년 9월 17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염된 수산물을 제사상에 올려놓고 제를 올리는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일본이 유독 한국에만 요구하는 이유는
만약 정부가 수입금지조치를 해제한다면, 금지 지역 수산물의 대부분이 방사능 ‘기준치(100Bq/kg) 이하’로 낮아져 금지조치를 유지할 경우 한·일 간의 통상마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고, WTO에서도 한국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내세울 것 같다.

문제는 과연 일본의 수산물이 안전해졌는지의 여부다. 그리고 일본이 왜 유독 한국에만 수입금지조치를 해제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이유도 살펴보자.

일본에 한국은 수산물 수출액 7위(2014년)인 중요한 수출 대상국이다. 수출액이 92억엔(2012년)·102억엔(2013년)·103억엔(2014년)으로, 수입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출액은 오히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만 수입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중요 수산물 수출국 중 홍콩(1위)·태국(4위)·베트남(5위)을 제외하면, 미국(2위)은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6개 현의 특정 수산물을, 타이완(6위)은 5개 현의 모든 식품(주류 제외)을, 중국(3위)은 도쿄도(都)까지 포함한 10도·현(都縣)의 식품·사료에 대한 완전 수입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에는 2개의 어업조합이 있는데, 후쿠시마 사고 후 2012년 6월과 2013년 10월부터 방사성 농도가 낮은 특정 해역에서 잡은 낙지 등 3종의 수산물을 대상으로 시험조업·판매를 시작하였다. 2015년 2월 9일 현재, 시험조업 대상은 58종으로 늘어나 있다. 시험조업에 의한 어종은 검사를 거쳐 출하되는데, 후쿠시마 어업조합은 국가의 방사능 기준치 100Bq보다 엄격한 50Bq 이하를 독자적인 출하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일본 수산청의 방사능 조사 결과를 보면, 후쿠시마현에서는 2014년 10~12월 2355개체에서 약 0.4%(10개체), 2015년 1월엔 663개체 중 0.3%(2개체)가 기준치를 넘었지만, 후쿠시마현 이외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에 기준치를 넘은 사례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믿기에는 아직도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기준치 이하라고 하지만 결코 방사능 제로는 아니며, 2015년 1월 31일 현재 일본 정부가 ‘출하제한’을 하고 있는 수산물도 대구·넙치·가자미 등 35종에 달하고 있다. 이들 어종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회유어의 경우에는 참고등어, 명태의 순으로 농도가 높다. 검사체제에 대한 신뢰성도 의문이다. 후쿠시마현은 일본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덕분으로 검사체제가 제법 갖추어져 있지만, 다른 지역은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 1차 조사단은 일본에서 낙지 6㎏을 가져와 방사능 검출 결과가 매우 낮다고 주장하는 쇼를 벌였다. 낙지류는 원래 방사성 물질의 배출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11년 6월부터 이미 100Bq 이하였고, 2011년 9월 이후는 불검출인 상태였다. 안전연구는 보수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핵마피아는 ‘거꾸로’ 가장 낮은 낙지류를 내세워 안전을 강조하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자연 방사능과 인공 방사능을 동일시하는 ‘상투적인 꼼수’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자연 방사능 칼륨-40과 비교하며 인공 방사능 세슘의 악영향을 낮추려는 핵마피아의 발언도 있는데, 몸속의 장기별 방사능 감수성 즉 실효선량(계수)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감춘 궤변이다.

기준치 이하라고 방사능 제로는 아니다
인간의 몸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원소의 필요량을 섭취하고 그 이상은 배설하는 정교한 장치로 되어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인공 방사능은 자연 방사능에 대한 신체의 면역기능을 교란 또는 훼손하여 이상(異常)을 가져올 수 있다. 핵마피아의 궤변처럼 자연 방사능이 인공 방사능과 같은 영향력을 미쳤더라면, 아마도 인류는 벌써 멸망했을 것이다.

일반 시민의 추가적인 선량 한도인 연간 1밀리시버트(mSv)는 원폭 피폭자의 추적(수명) 조사연구(1950년부터)를 근거로 한 것으로, 피폭 후 5년 이상 생존자의 ‘외부 피폭’ 영향만을 고려한 것이다. 내부 피폭까지 고려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선량 한도를 0.1mSv로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독일 방사선방호협회(GS)는 0.3mSv를 제안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는 인공 방사능을 제로로 할 필요가 있는 만큼, 1mSv에 맞춘 기준치인 100베크렐(Bq/kg)이 아니라 10~30Bq/kg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적 지견에서 명확한 것은 저선량이라도 안전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준치는 관리를 위한 수치일 뿐으로, 후쿠시마현 등의 수산물이 기준치 이하라도 결코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조차 100Bq 이하의 리스크를 부인하지도 않는다. 방사선량이 미량이 되면 리스크 발생도 확률적인 것으로 바뀌면서, 방사선 관리도 과학적 판단보다는 경제적 사고(思考), 즉 리스크 방지에 따른 비용과 편익의 비교를 앞세울 뿐이다. 다른 한편, 일본 정부가 WTO 제소를 들먹이면서 금지조치의 해제를 요구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후쿠시마 사고의 수습 지연과 방사성 오염수의 빈번한 누출사고에 따른 지역 어민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차원이다. 올 4월에 있는 통일지방총선거를 겨냥한 선거대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둘째는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세계 수산물 소비량의 약 3할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입금지 해제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한·일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이하여 한·일관계 개선을 꾀하려는 일부 정치·외교 관계자들이 ‘업적 쌓기’를 목적으로 국민의 식품안전을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정권 차원의 단락적인 목적 때문에 국민의 건강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일본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매도하기 이전에, 일본 국내 특히 서일본에서도 후쿠시마현산(産)의 수산물 구입을 피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세금’으로 파견한 1·2차 조사단의 구성원에 대한 정보도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정부가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는 괴담을 양산하여 시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 금지 지역으로 내륙의 군마·토치기현을 포함하면서도, 같은 상황의 인근 사이타마현과 도쿄도를 제외하는 실수로 지역 선정의 합리성을 의심받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도 방사능 문제를 잊으려는 망각의 유혹에 견디는 냉철한 이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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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