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마피아는 파이로를 통한 자원의 재활용으로 우라늄 자원의 10~25% 절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농축공장에서 파이로 비용의 10분의 1 정도로도 자원의 25% 절약이 가능하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Pu)의 추출에 불가결한 재처리는 핵보유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어 왔다. 국내 핵마피아의 일부가 1984년 무렵 미국의 연구소(ANL)가 개발하여 파이로프로세싱(이하 파이로)으로 명명한 재처리방법의 도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장밋빛 낙관주의만을 앞세운 채 막대한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일보의 기사는 원자력 및 파이로에 대한 과학적 설명도 ‘자의적 해석’의 온갖 수식어로 과대포장하고 있다.
파이로는 ANL이 고속로의 ‘금속연료’를 재처리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용융염(鹽)과 전해(電解)를 통한 핵종의 전위(電位) 차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플루토늄과 마이너엑트나이드(MA)로 구성되는 초우라늄원소(TRU)가 희토류(RE) 등과의 혼합 상태로 추출된다. 파이로는 1) 핵 연료봉을 작게 잘라, 연료 속의 휘발성 물질을 회수하는 전(前)처리 공정 2) 파이로의 핵심으로 500~650도에 이르는 고온의 용융염 내에서 핵분열 생성물(FP), 우라늄(U), TRU, RE 등을 회수하는 전해정련(精練) 공정 3) 회수한 U 및 TRU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U 및 MA 등을 보충하여 새로운 핵연료를 제조하는 전해제련(製鍊) 공정 4) 폐기물 처리 공정 등 4가지 공정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경수로의 핵연료는 이산화우라늄이라는 ‘산화물’로서 전기가 통하지 않으므로, 2)의 공정 이전에 금속으로 환원(還元)시키는 전해환원 공정이 후에 추가되었다.

파이로프로세싱이 이뤄지려면 ‘고속로 개발’이 불가결한데, 고속로는 1948년에 연구를 시작한 이후 실용화에 성공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조차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사진은 1995년 나트륨 누출 화재사건 후 가동 중단을 계속하다 2013년 무기한 운전금지가 결정된 일본 후쿠이현 쯔루가시 시의 몬주 고속증식로. | 일본위키피디아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파이로의 장점
현재 핵무기 원료인 Pu는 냉전의 종료, 그리고 고속로(SFR) 개발의 실패에 따라 계속 쌓이게 되면서 오히려 처분 곤란으로 ‘불량채권’이라 불리고 있다. 국내 핵마피아는 DUPIC 계획의 실패에 따라 파이로 개발로 방향을 바꾼 뒤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파이로의 장점(?), 즉 ‘자원의 재활용’과 ‘핵비확산성’을 특히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파이로의 최대 약점은 TRU의 핵연료를 국내의 경수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TRU 원소 내의 MA, 즉 넵투늄(Np)·아메리슘(Am)·퀴륨(Cm)은 경수로의 저속(低速) 중성자로는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이로의 일란성쌍둥이 역할인 ‘고속로 개발’이 불가결한데, 고속로는 1948년에 연구를 시작한 이후 실용화에 성공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조차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국내 핵마피아는 파이로에서 나오는 Pu는 불순물(MA)이 섞여 핵무기 원료로서 부적합하기 때문에 핵비확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MA, 특히 Am241·Cm244의 높은 발열량과 Pu240의 자발핵분열에 의한 조기 폭발의 가능성처럼, 핵무기의 폭발력을 저해하는 문제점은 이미 해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MA가 섞여 있더라도 습식보다 상대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들 뿐으로, 결코 핵무기 원료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1) MA 등이 섞인 Pu라도 습식의 PUREX법을 이용하면 순도 높은 Pu를 추출할 수 있다. 2) 파이로의 경우에도 짧은 연소기간의 사용후핵연료를 깨끗한 용융염에서 전해정련하면, 불순물 비율이 낮은 Pu가 추출된다. 따라서 동아일보 기사와는 달리, 북한조차 가능한 기폭장치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약속만으로 핵무장의 잠재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는 동아일보 기사의 ‘주요한’ 왜곡 또는 자의적 해석만을 짚어보겠다. 우선, “원자력 A to Z의 깊숙한(?) 설명”을 보면, 1)“자연 상태의 우라늄235는 절대 핵분열을 하지 않는다”의 경우, ▲무시할 정도이지 ‘절대’는 아니다. 2)“국내의 경수로는 75t의 핵연료를 사용하나 임계질량 부족으로 핵분열하지 않는다”의 경우, ▲임계 방지를 위해 핵연료 봉당의 취급량 및 간격 등을 조정한 덕분이지, 임계질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3) “방사선은 5m 정도의 물은 통과하지 못한다”의 경우, ▲수조는 붕괴열의 냉각과 방사선 차폐기능을 겸용하는데, 후자를 위해서는 ‘최소 2.5m’의 수심이 필요하나 물이 출렁거리므로 최소 3m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4) “가둘리늄을 품은 막대기 제어봉을 원자로 안으로 넣었다 뺐다 하며 미세조절을 해”의 경우, ▲원자로 내의 잉여 핵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중성자를 흡수하는 ‘가연성(可燃性) 독물’인 가돌리늄 등을 첨가·가공한 핵연료봉 즉 가연성 흡수봉을 배치해 둔다. 이를 제어봉의 안내관(管)에 넣어 둔 적도 있지만, “일반 제어봉처럼 일상적으로 넣었다 뺐다 하는 미세조절의 기능”을 하는 건 아니다. 현재 국내의 가압수형경수로(PWR)의 일상적인 핵반응은 냉각재(물) 속의 붕산 농도로 조절하며, 제어봉은 정상 및 비상시의 가동·정지에 사용할 뿐이다.
재처리가 아니라 재활용이라는 말장난
파이로에 관한 자의적 해석 및 왜곡을 보면, 1) “플루토늄만 긁어내는 ‘재처리’와 달라 우리는 ‘재활용’이라 한다”의 경우, ▲핵마피아는 파이로를 통한 자원의 재활용으로 우라늄 자원의 10~25% 절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농축공장에서 파이로 비용의 10분의 1 정도로도 자원의 25% 절약이 가능하다. 파이로를 통한 재활용률은 가령 고속로 개발이 가능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2.1% 이하에 불과하며, 게다가 재처리 공정 중의 손실 및 투입에너지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도, 국내 핵마피아는 파이로를 재처리가 아니라 재활용이라는 식의 말장난을 늘어놓고 있다.
2)“독한 FP를 필터로 포집하면 반감기가 짧아져 중준위 폐기물이 된다”의 경우, ▲과학을 넘어 반감기가 짧아진다는 신화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
3) “나머지는 95% 정도의 U238과 Pu가 포함된 TRU 1~2%이다”의 경우, ▲TRU(1.1%), U234(0.02%), U235(1%), U236(0.6%), U238(92.6%), FP(4.6%)가 정확한 표현으로, 특히 FP(핵분열 생성물)가 없어지지도 않는다.
4) “Pu는 핵연료로 재사용하고 기타의 TRU와 FP는 긁어내 따로 관리하니, 고준위 폐기물이 크게 줄어든다”의 경우, ▲Pu를 제외한 TRU 즉 MA의 재이용이 파이로의 핵심 내용으로 ‘재활용’의 근거로서 내세우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기사는 영구 처분한다는 의미 불상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5) “독종들이 빠진 사용후핵연료는 100여년 정도 보관하면, 재활용하거나 일반 쓰레기처럼 취급할 수 있다”의 경우, ▲파이로에서 100%의 핵종 분리가 가능하다는 ‘환상’에 근거한 것이며, 가령 수백년 후에 가능할지라도 독종물질 이외는 우라늄뿐인 셈인데, 왜 재활용하지 않고 100여년이나 보관하는가?
6) “MA 및 FP로부터 100여년 정도는 강한 열이 나오므로, 100여년 정도 냉각 후 유리화한다”는 주장의 경우, ▲MA와 FP는 반감기가 1만년 이상으로, 고속로에서 단수명 핵종으로 변환시켜 최종처분장의 관리기간을 줄인다는 것이 핵마피아의 핵심 주장이다. 또, PUREX법은 ‘3~5년 냉각’ 후의 재처리로 고준위 폐기물의 유리화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7)“유리화로 이론상으로 부피가 20분의 1로 줄어든다”의 경우, ▲핵마피아는 파이로에 의한 100%의 핵종분리 및 SFR의 개발에 의한 핵종변환으로 부피가 7분의 1로 줄어든다고 주장하지만 환상에 불과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의 40년 냉각후 TRU의 제거로 최종최분장을 약 50% 줄인다고 하는데, 냉각기간을 70년으로 늘리면 동일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200년이면 75%나 줄일 수 있다.
8) “고속증식로”의 경우, 고속로의 목적이 ‘증식로’의 개발실패로 TRU를 태우는 ‘연소(燃燒)’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