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벤처열풍 반면교사 삼아 충분한 경영수업 쌓은 후 창업
“20년 전인 1990년대 중반 벤처붐에 데었던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조심스럽게 투자를 결정합니다. 어찌 보면 인재 수준이나 아이디어 등 성공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이 실제로 성공하는 상황이죠. 그밖에는 창업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안팎의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이 있으며, 시장 보는 안목이 뛰어난 경우 등 일반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구인구직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기업정보 공유사이트 잡플래닛 공동창업자 윤신근 브레인커머스 공동대표는 “저는 아직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주변의 성공한 스타트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잡플래닛은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스타트업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회사의 세밀한 정보들을 제공하는데, 재직했던 직원이 직접 정보를 올려 신뢰성이 높다는 게 강점이다.

2010년대 성공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잡플래닛·배달의민족·직방의 광고들.(위에서부터) | 잡플래닛 홈페이지,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직방 홈페이지
모바일 환경으로 성공가능성 높아져
2000년을 전후로 국내 IT업계에는 벤처기업 붐이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닷컴붐’은 국내에서도 활황을 맞았다. 중소기업청 자료를 보면 1999년 4934개이던 벤처기업은 2000년 8799개로 늘고, 2001년 1만1392개로 정점에 이른다. 서울 삼성동 테헤란로는 벤처기업들로 넘쳐났고 묻지마 투자로도 몇 배씩 수익을 낸다는 얘기도 흔했다. 하지만 곧바로 하락세에 들어서 2002년 8778개가 된다.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벤처기업의 코스닥 주식이 휴지조각이 됐다.
윤신근 대표는 “1990년대 벤처열풍은 직접 겪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과도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고, 당시 사업을 하셨던 선배나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반면교사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프로그램 하나에 개발자만 몇 명 모으면 바로 기업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의 창업자들은 준비 수준이 다르다. 재무·회계·영업 등 가능한 경영수업을 준비해서 뛰어든다. 투자자에게 투자비용 회수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에서는 최근 성공한 스타트업의 기반을 두 가지로 꼽는다. 정부와 시장의 우호적인 분위기와 모바일 중심의 시장 환경이다. 윤 대표는 “2010년을 전후로 정부 지원이 늘었다. 창업경진대회에서 1억원을 받으면 다른 투자도 같이 오고, 인건비 등 고정비가 당분간 해결되면서 회사가 자리를 잡는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해 만든 비영리 민간협력단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4’를 보면, 대기업 재직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접 창업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41%였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환경은 사용자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성공 가능성도 커졌다고 한다. 부동산어플 ‘직방’을 서비스하는 ‘채널브리즈’는 최근 200억원대 규모의 투자유치를 성사시켰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이미 국내외에서 9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직방은 1~2인 가구를 위한 오피스텔·원룸·투룸 전월세 정보를 제공한다. 이에 앞서 음식배달 어플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골드만삭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서 400억원을 유치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