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권위’를 벗어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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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영어의 ‘권위’를 벗어던지자

<당신의 영어는 왜 실패하는가?>

이병민 지음·우리학교·1만6000원

2015학년도 수능을 포함해 수능 영어 평가의 문제점을 실증적으로 다뤘다. 지은이는 미국의 읽기 난이도 측정 도구인 렉사일 지수를 이용해 우리나라 영어 교과서의 난이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중학교 때부터 매 학년 200렉사일 정도로 난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나 수능 영어 지문 수준은 평균 1100~1300렉사일 수준이다.

지은이는 이 읽기 난이도가 미국 대중 일간지 「USA투데이」 수준에 근접한다고 말한다. 이 수준이 난이도로 적합하려면 학생들이 대학 수능을 치를 때쯤 미국 대중 일간지 수준의 글을 영어사전 도움 없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6년간 학교 영어교육만을 통해서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쫓아가느라 허덕이며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아예 영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각종 평가에서 요구되는 영어 수준과 학교 영어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영어 능력 사이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간극이 학생들을 영어 사교육으로 내몬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우리나라 영어 환경에서 원어민 수준은 아니더라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려면 적어도 1만1680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과 영어 습득의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제시하면서 영어를 배운다는 것의 본질적 의미를 되묻는다. 지은이는 우리 사회 내부의 특별한 영어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영어 광풍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실제로 어떤 영역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정확한 필요와 수요가 얼마인지가 객관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채, 부풀리기와 불안이 영어교육의 무한 확대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스스로 내세운 세계화 논리,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영어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문제의 원인이 이것이라면, 해결의 단초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앞서 우리의 객관적 언어현실을 분석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며, 영어에 부여된 쓸데없는 가중치와 권위를 벗어던지자는 제안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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