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위로·기억·소통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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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서울의 위로·기억·소통 공간들

서울 건축 만담
차현호, 최준석 지음·아트북스·1만8000원

건축은 사람과 시대상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척도다. 동시에 건축은 우리의 일상에 밀착해 존재해 왔다. 이 책은 두 건축가의 대화를 담고 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에 대한 사색을 써내려갔다. 1200만명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605평방킬로미터의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일상의 건축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담고 있다. 책은 서울을 위로의 공간, 추억의 공간, 자유의 공간, 갈등의 공간, 기억의 공간, 소통의 공간으로 나눈다.

마포대교는 위로의 공간이다. 지은이는 40년 전 여의도 개발을 위해 태어난 다리가 사람을 위로해주는 힐링의 다리로 변했다고 말한다. “이제껏 도시가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상상을 하게 한다. 망친 시험으로 속상할 때, 연인과 헤어져 우울할 때, 누군가를 떠나보냈을 때 도시가 이들을 다독이고 위로해줄 수 있다면, 서울은 한강 르네상스 같은 사업 없이도 멋진 도시가 되지 않을까.”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북촌은 치유의 공간이다. 북촌에는 좁은 길과 작은 집들이 반복적으로 들어서 있다. 시인 백석과 이상, 현진건과 김유정 같은 문인들이 거닐었던 곳도 바로 북촌이다.

지은이는 북촌에 배어 있는 이러한 정서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산책하면서 치유를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지금은 철거와 존치의 명운 앞에 선 세운상가는 기억의 공간이다. 패기만만한 건축가 김수근과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김현욱. 이 두 사람은 변변한 포장도로 하나 없던 척박한 서울에 새살을 붙이기로 했다. 세운상가는 그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이들은 남산 자락과 종묘를 잇는 거대한 판자촌 블록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세운상가를 세웠다. 그러나 세운상가도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철거냐 존치냐의 갑론을박 앞에 서 있다.

서울의 성장을 상징했던 세운상가의 쇠퇴는 그 자체로 역사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성곽길은 소통의 공간이다. 서울은 산과 골이 어우러진 도시다. 남산, 낙산, 인왕산, 북악산이 구불거리는 서울의 성곽길은 산과 골의 풍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다. 지은이들은 건축이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신변잡기의 일상을 담는 존재”라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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