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영국 ‘복지 식객’은 정치 탓](https://img.khan.co.kr/newsmaker/1102/20141112_80.jpg)
차브
오언 존스 지음·이세영, 안병률 옮김·북인더갭·1만7500원
영국 하층계급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불리는 ‘차브’ 현상을 규명한 책이다. 영국의 언론과 미디어에서 정의하는 차브는 대체로 더러운 공영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이나 축내는 소비적인 하층계급과 그들의 폭력적인 자녀들을 뜻한다. 하층계급에 부여된 이러한 혐오스런 ‘식객’ 이미지의 이면에는 제조업의 몰락, 불평등의 심화, 노동조합 약화와 같은 정치·경제적인 이슈들이 숨어 있다. 지은이는 이를 파헤쳐 들어가면서 차브 혐오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노동계급이 어떻게 악마화되어 그려지는지를 밝혀낸다.
영국의 헬스클럽 체인 짐박스는 ‘차브 파이팅’이라는 수업을 개설하여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차브를 향한 공개적 폭력을 선동한다. 액티버티즈 어브로드라는 여행사는 쾌적한 해외여행을 위해 되도록 차브와 마주치지 않는 루트를 여행상품으로 만든다. 또한 섀넌 매튜스의 사례는 오늘날 영국에서 차브가 어떻게 언론과 정치인들의 먹잇감이 되는지를 소개한다. 지난 2000년대 후반 영국에서는 마들렌과 섀넌이라는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다.
마들렌은 상류층 출신으로 포르투갈의 유명 휴양지에서 사라진 반면, 섀넌은 잉글랜드 북부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듀스베리 모어에서 종적을 감췄다. 언론의 동정과 관심은 거의 마들렌에게 쏠렸다. 게다가 섀넌의 실종사건이 친어머니 캐런 매튜스와 동거남이 거액의 현상금을 노려 꾸며낸 사건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불똥은 캐런이 대표하는 집단인 지역의 하층민 차브에게로 튀었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캐런 매튜스와 지역민들을 ‘복지 식객’으로 몰아붙였다.
복지예산을 축내고 노동을 회피하고 소파에 누워 하루 종일 TV 리모컨이나 돌리는 하층계급으로 묘사되는 차브 현상에 맞서 지은이는 차브의 역사가 1980~90년대 대처 정부의 보수당, 그리고 신노동당의 잘못된 정치 때문임을 주장한다. 대처 집권 이후 제조업이 몰락하고 노동조합은 와해됐다. 이후 집권한 신노동당 또한 ‘우리는 모두 중간계급’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한때 지역사회의 일원이자 안정된 소비층이었던 노동계급은 사라지고 이들은 오늘날 끊임없이 경멸당하는 차브로 전락하게 된다. 지은이는 정치인과 언론이 지적하는 차브의 부당한 복지수당과 노동회피 또한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