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개 잡지 창간사로 본 시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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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123개 잡지 창간사로 본 시대상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천정환 지음·마음산책·3만5000원

“잡지를 창간하는 일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잡지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관여한다. 이 욕망은 권력욕이나 인정 욕망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먹물’들에게 그렇다. 그래서 창간사에서는 어떻게 세상을 ‘취재’ ‘편집’해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창간 주체들의 방향이 천명된다. 고로 대개 창간사는 ‘선언’이다.”

1945년부터 해방부터 2000년대까지 나온 우리 잡지의 창간사 123개를 모아 이를 시대별로 분류, 분석했다. 1945년 12월 1일 발간된 <백민>을 시작으로 <민성> <개벽> <사상> <현대문학> <씨알의 소리> <뿌리깊은 나무> <새마을> <문학과 지성> <야담과 실화> <선데이 서울> <보물섬> <키노> <페이퍼> <월간잉여> 등 민족지, 정론지, 문학지, 노동지, 오락지, 예술지, 만화잡지 등 다양한 잡지의 창간사를 담았다.

잡지의 창간사에는 한 시대의 좌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해방기 잡지의 창간사에는 해방 뒤 찾아온 자유와 다가올 시대에 대한 희망도 담겨 있지만, 이념으로 사분오열된 사회상도 함께 읽을 수 있다. 1960년대에는 다양한 계간지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지성의 흐름을 만들어간 반면에 <선데이 서울> 같은 대중적 오락지들이 발간된 시기였다. 1970년대에는 독재에 맞선 잡지들이 등장했다. <뿌리깊은 나무>와 <씨알의 소리> 같은 저항의 목소리를 낸 잡지들이다. 1990년대는 민주화 이후 대중들의 문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다. 대중들의 수요를 받아 안을 대중문화 잡지 또한 크게 증가했다. <이매진> <키노> <씨네21> 등이 이때 발간됐다.

이렇듯 잡지는 각 사회상을 반영하며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해 왔다.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종이의 영향력이 축소되어가는 지금, 잡지 또한 사양산업으로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은이는 종이 매체든 인터넷 매체든 이를 담아낼 틀은 바뀔지언정 잡지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쓴 글을 나누고 돌려 읽기를 하는 것은 미래에도 계속되는 만큼 ‘잡지스러운 것’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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