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득권 이익공동체 ‘6대 핵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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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주민투표 결과 반대여론이 우세하게 나왔지만 정부는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전 반대 주민들은 원전 유치 당시 만들어졌던 주민서명부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반대 주민들을 비난하고 있다. 삼척 사회가 원전 건설을 놓고 찬반 양론으로 분열돼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삼척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이나 폐로, 수명연장 문제 등과 같이 관계자의 이해가 대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은 삼척에 폭탄이 떨어졌지만 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다. 내일은 우리 동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한 정보 제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이다. <주간경향>은 원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핵발전소의 경제성 유무, 고리원전의 폐로와 같은 핵발전소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한 분석기사를 연재할 계획이다. 필자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랫동안 원전 문제를 연구해온 원자력정책 전문가이다. 그 첫 번째로 오랫동안 국민들을 기만해 온 핵마피아의 이권구조를 파헤친다. <편집자 주>

강원도 삼척 시내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삼척시 주민들은 지난 9일 자체 주민투표를 실시해 원전 유치신청 철회를 결의했다. | 경향신문 독자 제공

강원도 삼척 시내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삼척시 주민들은 지난 9일 자체 주민투표를 실시해 원전 유치신청 철회를 결의했다. | 경향신문 독자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3년 7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완전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12만5000여명의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피난생활을 하고 있고, 배상 및 오염제거 등의 사고수습비용은 최소 1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이런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토면적은 좁고, 인구밀도는 높은 국내에서 후쿠시마 같은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국가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도 이미 허위로 판명된 ‘싸고 안전하다’는 신화를 앞세워, 오히려 핵발전소의 확대를 외치는 이익공동체가 있다.

이른바 ‘핵마피아’들이다. 핵마피아는 핵발전소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기득권의 확대·재생산을 꾀하는 개인 및 집단을 가리키는데, ▲담당부처의 정부 관료 ▲전력회사·산업계 ▲중앙·지방의 정치인 ▲관련분야의 연구자 ▲은행·보험 등의 금융기관 ▲신문·방송 등 6가지를 들 수 있다.

정권 요구에 취약한 관련부처 관료들
첫 번째 핵마피아는 담당부처(특히 산업자원부)의 관료들이다. 만약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철저히 전례(前例)주의를 답습하는 한편,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정권(정치인)의 요구에는 취약한 게 이들의 특성이다. 따라서 관료들은 정권의 경기부양책 실시 요구에 부응하여 주요 수단으로써 핵발전소의 조기(早期) 건설을 빈번히 이용해 왔다. 핵발전소(100만㎾급) 1기당 건설비는 약 5조원에 달하여 산업계 전반에의 파급효과가 재정지출에 의한 공공사업 못지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액의 건설비는 소비자의 전기요금으로 충당되므로 형식적으로는 재정지출의 부담도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핵발전소의 건설 목적도 전력공급이 아니라 건설 자체로 변질된 채, 전력의 공급과잉→요금인하→전력 부족→발전소 건설→공급과잉 같은 악순환이 거듭되는 구조적 폐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마피아는 전력회사다. 전력회사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분산형 발전원보다는 대용량의 핵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이다. 현행의 전기요금제도가 건설 및 발전 등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총괄원가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익사업의 원활한 실시라는 명목으로 투자비에 일정의 이익률(사업보수)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즉, 투자비가 클수록 이익도 늘어나는 요금구조이므로 전력회사는 핵발전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책’이라는 명목으로 관료가 핵발전소의 추진을 결정하면 전력회사는 금융기관을 통한 융자 및 사채(社債)를 통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핵발전소 건설은 건설업 및 중공업 같은 기업들에도 이익이 된다. 전력회사는 비용이 늘면 이익도 증가해 굳이 계약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핵마피아는 중앙과 지방의 정치인들이다. 한전의 인증기업들, 특히 건설업체들은 핵발전소의 건설을 촉구하기 위해 중앙·지방의 정치인들에게 정치헌금 및 선거 협력 등의 제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그 대가로 핵마피아의 정치인들은 국책 또는 지역(활성화)정책이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핵발전소 건설 및 유치를 강력히 추진한다.

네 번째 마피아는 학계다. 관련분야의 연구자들이 공학기술의 세분화를 이용하여 연구과정 및 결과에 관한 정보의 폐쇄성(비밀주의)을 강조하는 분야가 핵공학이다. 게다가 핵발전소의 급격한 확대과정에 따른 전문가의 부족이 연구자의 수직적인 서열체제, 회전문 인사, 연구비(예산)의 편중 등과 같은 왜곡현상을 가져왔다. 특히 핵발전소의 추진과 안전규제라는 대립하는 분야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회전문 인사는 고질적인 병폐이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듯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핵심부문인 안전 전문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이 규제·감시해야 할 대상인 한전·한수원 및 산업부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용역을 수주하였다.

수백억 용역을 둘러싼 핵공학계 폐쇄성
이러한 유착관계는 퇴직공무원 및 공기업 퇴직자들이 낙하산 재취업 때까지의 일시적인 신분(석좌·특임교수)을 확보하려는 경향, 그리고 대학 법인화의 추진 등으로 점점 늘고 있다. 퇴직자들은 혈세와 전기요금을 이용하여 관련학과의 교수에게 자신들의 보수까지 포함한 거액의 연구용역 및 기부강좌를 의뢰한다. 심지어 연구기관의 책임자급들은 퇴직 후 실체가 불확실한 연구소의 설립을 통해 근무했던 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연구용역을 받기도 한다.

한편, 연구용역 등을 의뢰받은 교수 또는 연구자는 직접 용역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과정후 박사급의 연구원들 또는 기업(엔지니어링 관계)에 재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담당자는 외부연구비의 획득으로 대학 및 연구소의 업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또 비정상적으로 고액인 강연료·원고료 등의 수입도 이들에게 매력적인 유혹이다.

은행·보험업계도 마피아의 일원이다. 현행 요금제도에서는 원금과 이자가 100% 보장된다. 전력회사에 저리융자를 해주고 주식·사채의 구입에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홍보비·협찬금 획득에 목을 매면서 핵마피아의 홍보지를 자임하는 신문·방송 등의 매스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원자력문화재단은 세금과 전기요금으로 이사회의 시간수당을 일인당 100만원이나 지불하는 한편, 매년 홍보예산(2014년 57억원)으로 뮤지컬 및 백일장 등을 개최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원자력의 프로파간다를 일삼고 있다. 설비용량이 더 많은 화력에도 문화재단이 없는 만큼 백해무익의 원자력문화재단을 즉각 폐지하여 관련예산을 안전대책비에 보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국내 핵마피아들은 임기응변적인 안전대책에 급급하면서도 마치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불안해소는커녕, 핵발전소의 점검 미비 및 기록의 부적절한 관리, 고장·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정부의 공적 지원이 없다면 핵발전소가 시장의 가격경쟁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발전원이라는 점도 이미 국제적 상식이다.

그런데도 국내의 핵마피아들은 싸고 안전하다는 신화(神話)의 허구성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소아병적인 적대 또는 방어자세를 보인다. 왜냐하면 불편한 진실이 자기부정으로 이어져 이익공동체의 약체 또는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공포심 때문이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장정욱 교수의 ‘탈핵을 꿈꾸며’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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