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큰바우어새는 예술가다](https://img.khan.co.kr/newsmaker/1099/20141029_80.jpg)
동물을 깨닫는다
버지니아 모렐 지음·곽성혜 옮김·1만6000원·추수밭
동물에게도 생각과 감정이 있을까.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6년간 전 세계 11개 나라를 돌며 동물의 마음을 연구하는 현장을 찾아다녔다. 오랜 취재 끝에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동물들 또한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다.
지은이가 만난 동물행동학자와 생태학자들은 동물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사람들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큰바우어새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컷 큰바우어새가 정자 같은 둥지를 짓고 장식하는 데 쓰는 수천개의 돌과 유리조각들과 기타 재료들을 일일이 조사하고 도표로 만들었다. 따분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이 작업은 바우어새에 관한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냈다. 과학자들은 바우어새가 둥지를 장식할 때 재료들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원근법의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배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착시를 위해 수컷들은 잔가지로 꾸며놓은 둥지 입구 바로 앞에 크기가 제일 작은 재료들을 놓고 입구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 큰 재료들을 놓는다. 그에 따라 둥지 안에 서서 바깥을 내다보는 암컷 바우어새 눈에는 모든 장식 재료들이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인다.
연구팀은 정자 앞에 깔린 이 장식들의 배열을 마음대로 뒤바꾸어 놓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수컷들이 모든 재료를 동작 빠르게 제자리로 옮겨놓았다. 연구팀은 바우어새가 예술가라고 결론내렸다. 인간을 제외하고 예술적 감각을 지녔다고 전적으로 인정받는 최초의 동물이었다.
이 밖에도 지은이는 개미가 교육을 하고, 쥐가 웃고, 앵무새가 사랑싸움을 하고, 코끼리가 제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돌고래가 전략을 짜서 패싸움을 하는 사례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처럼 감정적이고 생각이 있는 동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묻는다. 의학과 약학 실험, 화장품 연구에 이용되는 동물들, 공장식 농장과 대학 연구소들에서 혹사당하는 동물들의 권리에 대한 질문이다. 인간처럼 동물들도 생각하고 느끼고 세계를 경험하며 분노와 슬픔과 사랑의 순간을 겪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상, 우리와 동물의 관계는 변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