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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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 지음·교양인·1만5000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맞닿아 있다. 정희진은 독서를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독서는 일상을 이어가는 취미라기보다는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에 가깝다. 책을 만남으로써 생각이 바뀌고 몸이 바뀌고 삶이 바뀌는,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좋은 책이란 오래도록 쓰라린 책,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다. “여운이 남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괴롭고, 슬프고, 마침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오거나 인생관이 바뀌는 책이 있다. 즉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 있다.”

좋은 책을 만나면 그의 독서는 노동이 된다.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기 위해서’ 부단히 새겨넣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그렇다. 여러 번 읽고 필사를 한다. 번역서인 경우에는 원서를 구해서 역시 필사한다.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내 몸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책을 쓴 작가보다 더 ‘내 것’이 된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몸에 이입하고 나면, 삶은 한 발짝 전진해 있고 눈앞에는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라는 점에서 독서는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다. 그가 베스트셀러를 읽지도 사지도 않는 이유다.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독서라면 대개의 베스트셀러는 그저 이 세계의 흐름에 올라타 있다. 흐름의 방향을 꺾어낼 자극이나 힘이 그 안에 들어 있기는 어렵다. 지적 자극의 본질적 측면이 “요동하는 세계관”이라면 베스트셀러는 세계관을 요동시키기보다는 세계관을 공고화하는 쪽에 가깝다.

롤러코스터 같은 책들은 넘쳐난다. 질주하고 비상하고 직면한 문제들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책들이다. 그 안에서는 변신하기도 해방되기도 쉽지만, 막상 책장을 덮으면 우리의 삶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책장을 덮자마자 롤러코스터는 멈추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삶은 초기화된다. 그러나 정희진의 독서는 불가역한 행위다. 독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책읽기다. 그의 몸을 통과해 그의 세계관을 바꿔버린, 79권의 책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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