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한·중·일 3국의 가옥 문화](https://img.khan.co.kr/newsmaker/1097/20141014_80.jpg)
집, 인간이 만든 자연
김경은 지음·책보세·1만8000원
집은 한 지역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한 나라의 지리와 기후, 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 한 사회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한 민족의 미의식, 한 지역의 가족제도와 가족의식을 포괄한다. 지은이는 집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18세기 중엽 한·중·일 3국의 수도에 편재돼 있던 가옥을 분석한다. 시대를 18세기로 잡은 이유는 18세기에 세 나라 모두 문화 정체성이 확립됐기 때문이다.
대륙과 반도,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대륙기질, 반도기질, 시마곤조(島根性)라는 지형적 특성이 빚어낸 자연의 미학은 그 독특한 가옥양식에 그대로 반영됐다.
세 나라 가옥문화의 공통점은 그 철학적 토대가 모두 ‘기’와 ‘터’라는 것이다. 한·중·일은 만물의 변화를 기의 변화라고 본다. 가옥에서 기의 기반은 곧 터다. 터와 그 터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끊임없이 기를 교환한다.
하지만 터와 기가 배치·교류되는 방식은 각각 다르다. 한국은 산이 터의 중심이다. 임산배수가 최고의 명당이 되는 이유다. 일본은 물이다. 물을 끼고 있는 게 최고의 집터다. 반면 중국은 집터보다는 집의 방향을 중시한다.
세 나라의 가옥형태는 비슷한 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이는 가옥형태가 세계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가옥문화의 핵심은 생존이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투쟁, 그리고 투쟁 끝에 얻은 지혜가 중국 가옥 속에 배어 있다. 전쟁과 재난이 많았던 중국은 철저하게 가족보호라는 기능에 충실했다. 가옥은 철저한 폐쇄성 원칙을 지녔다.
일본 가옥문화의 코드는 변형이다. 다다미는 방석의 변형이다. 방석에서 방 테두리만 다다미를 깐 오키다다미로, 이것이 다시 방 전체를 깐 다다미로 발전한 것이다. 한국은 융합과 공존이 가옥문화의 핵심이다. 남방문화와 북방문화를 융합한 마루와 온돌, 자연주의 사상과 유교사상이 공존하는 가옥 구성이 대표적이다. 지은이는 각 나라의 특징이 3국의 역사와 문화를 집약해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