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와 쌍꺼풀 수술의 함수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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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의 성지로 떠오른 영화 <마더> 기사 캡쳐.

누리꾼의 성지로 떠오른 영화 <마더> 기사 캡쳐.

한 기사가 누리꾼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사 제목은 ‘영화 <마더> 흥행 대박예감!’이다.

시작은 무난했다. “<괴물>로 많은 흥행을 이끌었던 봉준호 감독이 2009년 새로운 영화 <마더>로 돌아왔다.” 이어지는 영화 <마더>의 줄거리 소개. 문제는 다음 대목부터다.

“(전략)… 여기에서 뛰어난 연기도 연기지만 배우들의 매력적인 외모도 한몫하고 있다. 인기스타 원빈의 경우, 작고 잘 생긴 외모에 자연스러운 쌍커풀로 수많은 여성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는 대비(데뷔가 아니다) 이레(이래가 아니다) 성형에 관한 의혹을 제기받은 적도 있지만 자연산 꽃미남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에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글은 ‘더 머나먼 저 너머’로 치닫는다. “여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그의 모습은 매력적인 눈이 아닐까? 한다. 남자의 경우 쌍커풀이 있으면 오히려 느끼하게 보일 수 있으나…(중략)… 이른바 ‘원빈’처럼 매력적인 눈을 소유할 수는 없을까? 최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까지도 눈을 크고 매력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하고 있다. 쌍꺼풀 수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크게 ‘절개법’, ‘매몰법’, ‘부분 절개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마무리. “도움말= 포○○ 성형외과 의료진.” 두둥.

그냥 쌍꺼풀 수술에 관심 있는 누리꾼이 자기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은 지금 진중권씨와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 인터넷 언론인이 대표로 있는 언론사가 정식 편집·등록한 기사다. ‘아니’라는 누리꾼은 ‘마더→원빈→원빈 눈→원빈 쌍꺼풀→쌍꺼풀’로 기사 흐름도를 요약했다. ‘잇힝’이라는 누리꾼은 “영화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라는 촌평을 남겼다. 이런 식의 플롯이 사실 참신한 시도(?)는 아니다. 누리꾼이 ‘삼천포 유머’라고 부르는 텍스트 유머와 흡사하다. 보통 이 유머는 보통 누리꾼의 호기심을 끌 만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지하철 공익이 겪은 공포실화’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전반부의 스토리는 이렇다. “친구 형이 공익으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날 지하철에서 한 아저씨가 자살했다. 공익 형은 어쩔 수 없이 시체를 치웠다. (시체를 치우는 과정은 꽤 자세히 묘사된다.) 그리고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안 온다.” 그 다음부터 이야기 전개는 180도 달라진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NDSL 닌텐도 게임기 아시죠? 그 형이 복사팩을 사용하는 사람이라 R4라는 복사팩으로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을 하는데, 이 게임은 패밀리 게임의 슈퍼마리오3 분위기가 나구요, 아이템 같은 것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쓸 수 있고…” 그리고 끝.

처음의 ‘마더’ 기사로 돌아가자. 이 인터넷 신문은 ‘독자가 직접 만드는 신문’을 표방하고 있다. 아마 기사를 쓴 이모 기자도 전업기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사를 읽은 한 누리꾼은 “언론사 대표 변모씨가 진중권씨와 싸우는 데 들이는 공력의 반만이라도 이쪽으로 돌려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성지가 됐다. 아직 이 언론사의 공식 반응은 없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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