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선택만능론 개인 행복 높여줄까](https://img.khan.co.kr/newsmaker/1095/20140930_80.jpg)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지음·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1만6000원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우리 삶은 결국 이런 수많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고 가르친다. 이는 비단 상품 선택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상품을 선택하듯 직업과 배우자, 자기정체성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세심히 계획하고 합리적으로 계산해본 뒤 결정한다. 그렇게 하면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은이는 이러한 ‘선택 만능론’을 선택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택 이데올로기가 과연 개인의 행복도를 높여줄까. 지은이는 선택 이데올로기가 끊임없이 더 나은 선택을 부추기면서 각자의 선택과 그 결과에 엄청난 무게를 지운다고 말한다.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을 떠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과 불안은 현실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잘못으로 치부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선택 이데올로기는 방대한 자기계발서 시장을 비롯해 다이어트와 성형산업, 컨설팅, 의료산업 등 자본주의의 각종 산업을 발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마디로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라는 게 선택 이데올로기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선택 이데올로기는 자신을 자기 삶의 전적인 주인으로 생각하게 하면서 정작 사회를 변화시키는 선택들에 대해서는 잊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사회 질서의 결함을 보는 대신 자신의 결함을 보고 실패했을 때는 자신이 선택을 잘못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는지 반문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삶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선택의 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택이 개인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기업이 우리를 통제하는 대신에 우리가 기업을 통제하도록 선택할 수 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라는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