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과 개싸움 논란, 건대 통큰통큰 돈가스 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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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했다. 즉석떡볶이를 먹고 있는 중년 아주머니 두 명을 제외한 손님은 없었다. 기자가 돈가스를 먹는 와중에 이들도 자리를 떴다. 둘만 남았다. 계산을 끝낼 때까지 어제 통화했던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돈가스 맛은…. 솔직히 평범했다. 최악까지는 아니지만, 거리에 내건 입간판 문구처럼 ‘국내 최고’라고 주장한다면 가격에 비춰 입장에 따라 조금 화가 날 수도 있겠다.

건대 통큰통큰. 8월 말 포털과 SNS의 검색어를 장악한 키워드다. 건대 앞 돈가스 전문점 이름이다. 누리꾼의 몰매를 맞았다. 발단은 한 블로거와 이곳 주인의 싸움이다. 한 블로거가 이곳을 방문해 시식기를 올렸다. 지금은 삭제되었지만 “맛이 별로였다”는 요지였던 것 같다. 돈가스집 주인은 그것이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인신공격적인 비난이 오갔고, 발끈한 블로거는 기분이 상했다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되었던 건대의 돈가스 전문점이 내걸었던 입간판의 문구. | 이글루스 류토피아

논란이 되었던 건대의 돈가스 전문점이 내걸었던 입간판의 문구. | 이글루스 류토피아

그러나 이 돈가스집 주인은 누리꾼의 평에 따르면 “찌질하게도”, “남자답게 글을 내리기로 해놓고 왜 새로 비난 글을 올리냐”며 끈질기게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들이 새로 발견한 것은 이 집이 맛있다는 이른바 ‘파워블로거’(라고 쓰고 ‘파워블로거지’라고 읽는다)들의 맛집 평가였다. 네이버포털에서 “이 집 돈가스 맛이 환상적이다”라는 천편일률적인 글을 올린 ‘파워블로거’들이 융단폭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대충 정리된 사건의 진상은 이것이다. 이 돈가스집 주인이 무료식사 또는 금품으로 ‘파워블로거’를 매수해 글을 남겼는데, 처음 블로그 주인도 자신이 돈을 지불한 ‘파워블로거’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맛이 없다고 솔직하게(?) 평가를 하자 화가 난 주인이 도발한 것이다. 이 업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글들은 현재 대부분 삭제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가 나타났다. 한 돈가스 애호가가 출동, 이 집 맛의 실체를 확인했다. 결과는? 비오는 날에 먼지나듯 개 털렸다. 텅 빈 가게에서 기자와 단 둘이 이야기 나누는 시점에도 어디선가 가게를 향한 휴대폰 카메라 플래시가 세 차례 터졌다. “이 골목이 조금은 후미진 곳이거든요. 저기 앞의 ○○○, ▲▲ 다 인터넷 알바 썼어요. 순진하게 앉아 있으면 올 손님 없습니다.” 그는 애초의 발단이 되었던 사건에 대해 아직도 의심했다.
 
순수한 누리꾼으로 보기엔 너무나 ‘이쪽’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의심을 사는 쪽은 두 군데였다. 처음에 홍보를 의뢰했던 ○○○몬스터라는 업체와 50m 떨어진 곳에 개장 예정인 왕돈가스집. 즉 “그쪽의 장난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남자인 줄 알아서 남자답게 약속을 지키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라고 하더군요.” 혹시 이름을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말에 그는 펄쩍 뛰었다. “그렇지 않아도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 낮에 부동산에 가게 내놓고 오는 길입니다.” 어차피 손님도 없는데 밖에서 그의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음식점은 첫 도전이다. 실패로 결론 난 듯하다. 이번 사건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길 바랄 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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