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고민은 현역 판정 비율이 높아지면서 현역 복무에 부적합한 자원도 입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육군은 관심병사 못지않게 초급 지휘관들의 자질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육군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육군은 병역자원 부족으로 징병 대상자 대부분이 현역으로 입대함에 따라 심리이상자도 대거 야전부대에 배치되고 있음을 실토했다.
육군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열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출범식 때 발표한 ‘군 복무환경’ 자료에 따르면 징병 대상자 현역 판정 비율은 1986년 51%에서 1993년 72%, 2003년 86%, 지난해 91%로 꾸준히 상승했다. 병역자원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2022년이 되면 현역 판정 비율이 9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1986년의 경우 징병대상자 44만5000명 가운데 22만7000명만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어 사실 가고 싶어도 군대는 아무나 갈 수 없었다. 육군의 고민은 현역 판정 비율이 높아지면서 현역 복무에 부적합한 자원도 입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현역 입영자 32만2000명 중 심리이상자는 2만6000여명, 입대 전 범법자는 524명에 달했다.

국회 국방위원들이 8월 5일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윤모 일병 폭행사망사건 의무내무반을 찾아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관심병사 꼬리표가 군 생활 걸림돌
육군 관계자는 “28사단에서 문제를 일으킨 이모 병장도 심리검사 때 심리이상자로 분류돼 상담을 받았고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경고됐지만 현역 복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병무청에서 군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 병장은 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숨진 윤 일병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현역 복무에 부적합한 자원이 야전부대로 입대함에 따라 보호관심병사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성식 육군 인사참모부장(소장)은 “관심병사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병사의 줄임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관심병사’는 갓 입대한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문제병사’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육군은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 전체 병사 중 23.1%(8만811명)를 보호관리병사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갓 입대해 지휘관과 동료의 관심이 필요한 기본관리대상인 C급은 5만2647명(15%), 관리대상자인 B급은 1만9530명(5.6%)이며 자살 시도 경험 등이 있어 특별관리가 필요한 A급은 8634명(2.5%)이다.
육군에서는 자살 우려자와 복무 부적응자 등 관심병사를 대상으로 비전캠프와 그린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비전캠프는 3~5일간 여단·사단 단위에서 운영한다. 이곳에서도 문제 해소가 안 되면 2차적으로 군단급에서 2주간의 그린캠프를 진행한다. 그러나 비전·그린캠프를 수료한 후에도 자살한 병사는 2011~2013년 사이 11명에 달했다. 폭행 및 가혹행위 처벌 건수는 2009년 형사처벌 977건, 징계 5984건에서 지난해 형사처벌 1100건, 징계 6095건으로 각각 늘었다.
관심병사가 늘다 보니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조기 전역하는 장병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병사는 2010년 842명에서 지난해 1307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병이 786명으로 증가추세를 이어갔다. 덩달아 자살 등 인명사고도 증가해 지난해 사고로 사망한 병사는 90명이며, 이 중 6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방부는 관심병사를 관리하기 위해 2005년 경기 연천군 전방초소(GP) 총기난사사고 이후 현재 시행 중인 제도를 도입했다. 군당국은 모든 병사를 대상으로 징병검사, 신병교육대(전입 2~3주 후), 이병 및 일병(반기 1회), 상병 및 병장(연 1회) 시절 인성검사를 통해 관심병사 여부를 식별한다. 인성검사 결과는 A, B, C급으로 나뉜다. 이 중 A급은 자살계획·시도 경험이 있을 만큼 위험한 병사들로 대대장급에서 책임지고 관리한다. B급은 개인 및 가정문제로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거나 가혹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부류에 해당한다. 지난달 총기난사사고가 난 22사단만 해도 1800명의 관심병사가 있고 이 중 A급이 300여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A급 보호관심병사로 분류되면 총기와 실탄, 수류탄을 상시 휴대하는 GOP 지역 근무가 제한된다.

선진화된 병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출범식’이 8월 6일 서울 용산 국방부 육군회관에서 열렸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오른쪽)이 분과토의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
‘위험’ ‘관심’ 수준의 부사관이 11.1%
그러나 한부모가정이라는 이유로, 가족이 기초생활보호대상자라는 이유로 관심병사로 지정되기도 하는 등 작위적인 분류를 하는 데 대한 비판이 있다. 게다가 관심병사라는 사실은 지휘관 등 일부만 알아야 하는데 행정병들 입을 통해 전 부대에 전파되는 게 다반사다. 이 경우 관심병사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부정적 꼬리표나 낙인이 돼버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당사자가 군생활을 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 관심병사 제도 자체를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한다.
육군은 관심병사 못지않게 초급 지휘관들의 자질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중·소대장 가운데 지난해 49명이 보직해임됐다. 지난 6월 총기사건이 발생한 22사단 GOP(일반전초)의 소초장(중위)은 사고 전 다른 GOP의 소초장을 맡고 있다가 징계를 받고 보직이 교체된 전력이 있는 장교였다. 징계를 받은 장교가 최전방 GOP 소초장으로 재차 발령을 받은 이유는 소대장 자원의 89%가 단기복무자로 인력관리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 복무기간이 21개월로 단축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복무기간이 긴 ROTC와 학사장교의 경쟁률이 매년 하락추세인 것도 함량 미달 초급간부 양산에 한몫 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병사들을 일선에서 지휘·감독하는 초급간부의 자질 부족이 병영 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보니 징계를 받는 초급간부도 늘어나고 있다. 부사관의 경우 지난해 3105명이 병사 가혹행위, 성추행, 복무규율 위반, 그밖에 범죄 등으로 징계를 받았고, 130명은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역했다. 전체 부사관이 7만5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부사관 가운데 평균 4% 이상이 매년 징계를 받고 있을 정도로 함량 미달 부사관이 많은 셈이다. 3년 전 국방부에서 부사관 6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의 상담이나 진료가 필요한 ‘위험’이나 ‘관심’ 수준의 부사관이 전체의 11.1%에 달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임용된 부사관 중 대학교 재학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자원은 4%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입영한 병사의 51%가 대학교 재학 이상의 학력이었다. 류성식 소장은 “병사와 부사관의 학력 수준이 ‘X’자로 크로스 되면서 병사가 학력이 더 높고, 여기에다 부사관은 나이도 적다”면서 “이번 사건에서도 병사를 통제해야 할 유 하사가 학력이 낮고 나이도 어린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학력이 낮은 것을 함량 미달로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자신보다 학력이 높고 심지어 나이도 많은 병사들을 관리하기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사관은 장교에 비해 보수나 처우가 낮은 것은 물론 사회적인 인식이 낮다는 점에서 우수 자원을 부사관으로 모집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육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