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년 전부터 중국의 커다란 군사위협 중 하나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거리 1500㎞ 이상의 ‘항모 킬러’ 둥펑(東風·DF)-21D 대함 탄도미사일이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이 오는 16~21일 제주 북쪽과 목포 남서쪽 해상에서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국방부가 최근 밝혔다. 조지워싱턴함의 이번 한반도 해역 훈련은 공교롭게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기와 겹친다. 미군은 항모 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고 설명하지만, 조지워싱턴함은 이전에도 한반도에 긴장 모드가 조성되면 무력시위 성격의 훈련을 한반도 해역에서 펼쳐 왔다.
2008년 일본 요코스카에 전진 배치된 조지워싱턴함(USS George Washington, CVN 73)은 9만7000톤 규모(길이 360m, 폭 92m)로 미 7함대 70기동부대(CTF70) 소속이다. 조지워싱턴 항모 강습단에는 전투비행단 및 소속 함정 승무원을 포함한 약 6000명의 미 해군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다. 함재기들은 미 해군5항모항공단 소속이다.
함교까지의 높이는 81m로 20층 빌딩과 맞먹는다. 한 대당 건조비만 45억 달러(약 5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모 내부에는 원자로 2기가 있어 외부 연료 공급 없이 20년간 스스로 운항할 수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에 입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장 3개를 합해 놓은 넓이의 조지워싱턴함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와 무기 장비만으로도 웬만한 나라 한 곳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매머드급 항모다. 조지워싱턴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전체의 화력과 맞먹는 화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2차 세계대전 미 해군 화력과 대등
조지워싱턴함의 갑판과 격납고에는 통상적으로 전폭기인 슈퍼호넷(F/A-18E/F)과 호넷(F/A-18A/C), 조기경보기인 E-2C(호크아이 2000), 전자전투기(EA-6B), 대잠수함 초계헬기 시호크(SH-60F) 등 70여대의 항공기가 탑재돼 있다. 조지워싱턴함은 또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수백기를 싣고 다닌다.
항공모함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것은 항상 팀을 이뤄 작전하는 순양함과 구축함, 잠수함들이다. 항모는 이지스 순양함, 구축함 등 수상함의 지원과 함께 수중의 원자력 잠수함까지 패키지 개념으로 작전을 펼친다. 조지워싱턴함은 이지스함과 구축함 등으로 이뤄진 10여척 안팍의 항모 강습단 소속 함정들을 이끌고 다닌다. 조지워싱턴함이 작전을 측면 지원하는 이들 전투함들과 함께하는 전단의 작전 반경은 1000㎞에 이른다. 구축함들은 육상 타격 능력도 갖추고 있고, 400㎞ 밖의 목표물을 탐지·추적해 타격할 수 있다. 항모를 호위하는 이지스함의 전투체계는 동시에 1000여개의 표적 탐지·추적이 가능하고, 그 중 20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조지워싱턴함의 함재기들은 캐터펄트(catapult·사출기)의 힘으로 이륙한다. 조지워싱턴함 비행갑판에는 증기의 힘으로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캐터펄트가 4개 있다. 함재기들은 사출장치 앞에서 10초 정도 제트엔진을 가열하다가 순식간에 엄청난 굉음을 내며 급발진, 200m가량 활주로를 달려 2~3초 만에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게 된다. 전투기들은 사출장치의 도움을 받아 2.7초 만에 220㎞의 속력에 도달할 수 있다. 조지워싱턴함의 활주로 4곳에서는 비상시 30초 간격으로 함재기 이륙이 가능하다. 각 사출기는 1분30초 만에 한 대씩 비행기를 출격시킬 수 있기 때문에 4개의 사출기 능력을 통합할 경우 30초 만에 한 대씩 비행기를 날려보낼 수 있다. 그러나 사출기가 충분한 증기 압력으로 함재기의 이륙속도를 시속 160㎞ 이상 올려주지 못하면 항공기는 바다에 빠지게 된다.
항모에 근무하는 승무원들은 작업복의 색깔로 하는 일이 구분된다. 노란색 유니폼은 갑판 승무원들로 함재기 조종사에게 수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보라색 유니폼은 항공기의 급유를 담당하고, 갈색은 이륙 전 항공기의 정비를 담당한다. 또 노란색은 항공기의 이동을 맡는다. 녹색 유니폼은 이착륙 담당으로 사출기에 항공기를 고정시키는 일과 랜딩기어의 안전을 담당하고, 흰색 유니폼은 안전 담당인 착륙 신호수들로 갑판 후미에서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디젤 잠수함의 접근에는 취약
임무를 마친 함재기들은 항모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위험도가 높은 함상 착륙을 해야 한다. 미 해군 조종사들은 함상 착륙을 ‘안전한 충돌’이라고 부른다.
갑판 위에는 4개의 5m 와이어가 드리워져 있고, 함상 착륙하는 함재기들은 300㎞ 속도로 항모로 다가와 ‘테일 후크’(후미 고리)를 와이어에 걸어 착륙하게 된다. 4개 와이어 가운데 3번 와이어에 테일 후크를 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4번이나 1번 와이어 등에 테일 후크가 걸려 착륙할 경우 조종사 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미 항공모함은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지만 5~10년이 지나면 ‘천하무적’의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지워싱턴함처럼 9만톤이 넘는 ‘바다의 거인’도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항모는 순항 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대함 탄도미사일에 취약하다. 미국이 수년 전부터 중국의 커다란 군사위협 중 하나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거리 1500㎞ 이상의 ‘항모 킬러’ 둥펑(東風·DF)-21D 대함 탄도미사일이다. 문제의 미사일은 중국이 1980년대 중반 개발을 완료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21의 개량형인 ‘둥펑21D’로 사정거리는 1300㎞에서 최대 20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사일은 인공위성, 무인 비행기, 레이더 등의 도움을 받아 항모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을 ‘항모 킬러’로 부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 균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미 항모들은 지금처럼 중국 근해에 접근하지 못하고 사정거리 밖인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괌~팔라우섬을 잇는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보통 항모의 작전 반경은 1000㎞ 내외로 알려져 있어 대중국 군사작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항공모함의 약점은 또 있다. 당초 미국의 항모전단은 수중의 위협세력으로 주로 소련의 대형 원자력 잠수함을 상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핵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적은 디젤 잠수함이 더 쉽게 항모에 접근할 수 있고 어뢰를 맞힐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
중국은 또 미 항모전단의 방공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90대 이상의 저가 무인기를 한꺼번에 띄우거나 값싼 크루즈 미사일을 무더기로 쏟아부어 이지스 전투체계의 방공능력을 초과시키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호위 함정들의 대항력이 떨어지면서 항모의 대공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스텔스 기술의 발전 역시 항모의 큰 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미 항모의 약점 부각은 미 국방부가 의회의 해군 예산 축소 움직임에 대한 반박논리로 실제보다 과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미 해군은 초음속 유도탄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이고 대잠·대함 능력을 강화한 슈퍼 항모 건조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