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괜히 힘이 나는 말이 있다. 활발발(活潑潑)도 그런 말 중의 하나다. 살아 있을 활(活), 물 튀길 발(潑)이다. 무기력 무능력 무력감 무소신을 떨치고 펄떡거리는 일과 삶, 그것이 활발발한 일과 삶일 것이다. “내 인생의 심폐소생술이었다. 정체된 생활이 답답했는데 숨통이 트였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직장인이 재교육을 마친 후 한 고백이다. 재교육은 개인이나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민간·공공분야 할 것 없이 재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욕구가 넘친다.
공무원 교육기관 중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천안에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이다. 130년 전 근대우편이 처음 시작되고 우편과 전신전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봉착한 문제가 전문인력난이었다.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했다. 1900년 11월 1일 대한제국 체신관료 양성을 목적으로 ‘우무학당’과 ‘전무학당’이 설립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편통신 전문 교육기관인 이 학당이 우정공무원교육원의 시초다. 훗날 밝혀진 사실이지만 몽양 여운형이 우무학당 출신이다. 한ㆍ일통신기관협정 체결로 통신권을 일본에 빼앗기자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우정공무원교육원이 지난 5월 실시한 최신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공무원양성기관은 그 후 1918년 체신이원양성소, 1946년 체신학교로 개편됐다가 1962년 폐교되고 체신공무원훈련소로 다시 문을 열었다. 1964년 10월 체신공무원교육원, 1994년 12월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 2008년 2월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3년 3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공무원교육원으로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았다.
우정공무원교육원은 우정공무원뿐만 아니라 타 부처 공무원과 별정우체국 직원들의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 참가자들은 우편직무, 정보 활용, 업무정보화, 글로벌 등 다양한 재교육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전문성을 높인다. 교육원은 1999년부터 사이버교육(u-러닝)을 시작했는데 공무원교육기관 중에선 처음이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생활밀착형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인터넷쇼핑몰 창업, 금융투자 강좌, 한자교양 강좌, 청소년 스마트창의 캠프, 심신치유 캠프, 무료 영화 관람, 콘서트 등 열린 프로그램들이 수시로 진행된다.
우정공무원교육원의 체계화된 교육콘텐츠는 조만간 안방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금융, 경제, 어학, 감성코칭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전문채널인 ‘채널IT’를 통해 정규 방송하기로 최근 KT스카이라이프와 협약을 체결했다. 실생활과 밀접한 교양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초고화질(UHD) 교육콘텐츠도 함께 만들 참이다. 정보 소외계층 해소를 위해 도서·산간지역 주민들이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경제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원이 대학과 손잡고 진행하는 교육기부사업도 주목된다. 교육기부에는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다. 주입식 학습과 선행학습으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는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게 목표다. 일단 초등생들을 상대로 우정 일반, 우편, 금융과 관련해 참여형 수업, 현장 체험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 167명의 우체국 강사요원들이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9~11월 관할지역의 초등학교를 찾아가 생생한 현장교육을 진행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역사, 전국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망, 최고의 공공연수원을 갖고 있다. 이를 잘만 활용하면 지역별·세대별 교육차별과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우정사업본부의 사회적 서비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도 깊다.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