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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 속속 드러나는 청와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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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상황실, 해경 핫라인 통해 사실상 지휘 밝혀져… 대외비 ‘국가위기관리지침’과 해수부 해양사고 매뉴얼에도 국가안보실의 재난 관리 임무 명시돼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 “아, 지금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님께 보고서가 왜 안 오냐. 시간이 몇신데….”

해경 상황실: “예, 하여튼 독촉해보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지난 4월 17일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 통화내용의 일부분이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해경에 보고서를 독촉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위기관리상황실이 상황보고만 받은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등 해경을 사실상 지휘했다. 국가안보실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상황 파악과 대응책 지시까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 후인 4월 23일 김장수 실장은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국가안보실이) 이번 사고에 대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언론의) 비판은 적절치 않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로 상황정보가 들어오면 해당 수석실로 보내는 게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커지고, 언론이 청와대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선 데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었다.

[표지이야기]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 속속 드러나는 청와대 거짓말

국가안보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보·외교·국방 분야에만 한정하고,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에 설치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컨트롤타워라고 책임을 미룬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가라앉은 세월호에 갇혀 있던 실종자들 중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책임회피한 채 VIP 보고에만 급급
국가안보실이 세월호 침몰사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인한 것은 정치적 책임 회피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의 주장과는 달리 국가안보실이 안보·외교·국방 분야뿐만 아니라 재난 분야에서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실제로 수행했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 녹취록을 보면 세월호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은 해경에 먼저 전화를 걸어 “VIP(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다. 단 한 명도 인명피해가 없도록 해라.(중략) 이런 내용을 받아 적으라”고 지시했다.

김장수 전 실장 말처럼 국가안보실이 단순히 재난상황을 모니터링한 것이 아니라 나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한 김장수 전 안보실장의 발언이 청와대의 책임 회피성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며 “VIP 보고에만 급급했던 무능하고 무책임한 청와대,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던 재난 컨트롤타워가 충격적이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대외비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대통령 훈령 제318호)도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임을 밝히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실에서 열람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재난 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서 ‘관리’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여 감독함’을 뜻한다. 영어식 표현인 컨트롤타워와 같다.

또한 국가안보실은 위기상황 관리활동과 위기 관리 연습·훈련에 대한 방향을 수립·제시할 뿐만 아니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기관들의 위기 관리실태 점검을 실시할 수 있게 명시돼 있다. 국가안보실이 외교·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재난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대외비 문서로 국가의 다양한 위기 관리를 위해 분야별·기관별로 위기 관리활동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지침은 각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표준 매뉴얼 또는 실무 매뉴얼을 만드는 기준이 된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는 또 ‘위기 발생 시 대외 홍보활동의 공식적인 창구를 지정·운영하여 혼선이 없도록 하며, 언론 브리핑 내용은 사전에 국가안보실과 협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경우 중대본은 언론 브리핑 전에 국가안보실과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본은 훈령을 위반했고, 국가안보실은 이 같은 사실을 방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현실에 맞도록 개정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미처 수정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며 “현재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선박사고에 대한 표준 매뉴얼도 작성 중에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사고의 컨트롤타워였다는 것은 해양수산부의 문건에서도 드러났다.

골든타임 때 제대로 역할만 했어도…
해양수산부는 2013년 6월 선박사고 등 해양사고에 따른 행동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선박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직 구성(중앙사고수습본부)과 조직의 역할, 보고체계가 적시돼 있다. 이 실무 매뉴얼에 있는 위기관리체계도를 보면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을 제외하면 가장 상위에 자리잡고 있다. 즉, 국가안보실은 대형 선박사고 시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중앙안전관리위원회와 해수부 장관의 책임 하에 있는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모두 관여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매뉴얼에 따르면 국가안보실 산하의 위기관리센터는 위기 징후 목록 종합 관리·운영, 위기 정보·상황 종합 및 관리, 국가위기평가회의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위기 관리체계에서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종합·관리하는 업무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난 관련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재난·안전과 관련해서 컨트롤타워는 중대본”이라고 일관했다.

진선미 의원은 “재난과 관련해서 안전행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하고 청와대가 책임이 없는 것처럼 하는 것은 재난사고에 대한 국가안보실의 책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청와대로 향할까봐 그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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