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철탑 내몰린 철도노조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렌즈로 본 세상]다시 철탑 내몰린 철도노조

코레일이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제 전출을 시행한 10일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유치상 전 사무처장이 서울 은평구 수색역 구내에 있는 철탑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대량해고 및 징계, 손배 가압류 등 노조에 대한 강공책에 이어 ‘효율적 인력 운영을 통한 조직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민영화 반대 파업 참가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시각입니다. 노사 입장이 평행선만 달리는 철길 같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는데 코레일이 굳이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강제 전출을 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농성텐트 아래로 전선과 선로가 복잡한 듯 얽혀 있지만 그 속에도 질서가 있습니다. 마음을 열어야 그 질서가 보입니다.

<사진·글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렌즈로 본 세상바로가기

이미지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