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성북구청장 “자치구 재정 건전성 높이려면 복지부문서 중앙ㆍ지방정부 분담체계 세워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눈에 띄는 공약 중의 하나가 생활임금제 도입이다. 생활임금제는 주거비·식료품비·교통비·문화비·교육비·의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정 최저임금보다 30% 이상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생활임금제를 지방정부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미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성북구가 그 중 한 곳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성북구는 산하 도시관리공단과 성북문화재단에서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하는 노동자 11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우선 구청이 직접 고용한 공단과 문화재단에서 실시하고, 어린이집·사회복지관 등 구청이 발주한 하청업체들에도 확대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구청장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주최한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시민단체로부터 ‘모범 기초자치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표지이야기]“일하면 최소생활 되게 생활임금제 시행”](https://img.khan.co.kr/newsmaker/1070/20140408_1070_A25a.jpg)
지난 4년 동안 성북구청장을 해왔는데,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을 만큼 잘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4년 전 지방선거는 우리 정치역사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선거였다. 무상급식이라는 복지 이슈를 통해 선거의 판세가 결정 났고, 지방선거의 이슈가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쳐 기초연금 등 보편적 복지 어젠다가 선거를 주도했다. 특히 성북구는 서울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2010년 7월 취임하자마자 추경을 편성해서 우선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당초 공약한 대로 올해는 중학교 3학년까지 확대했다.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교 3학년까지 임기 내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이 선거공약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을 반대할 당시에는 ‘성북구는 되는데 서울시는 왜 안 되냐’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서울시의 자치구들처럼 성북구의 재정여건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재정상태는 어떤가.
“성북구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2009년 40.6%에서 2014년에는 23.9%로 16.7%나 급감했다. 그만큼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유아보육비 지원으로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심화됐으며, 앞으로 기초연금이 지급되면 재정자립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또 하나는 부동산시장의 장기 불황으로 재산세와 부동산 거래 시 발생하는 취득·등록세가 줄어들어 세원이 많이 감소했다.”
성북구뿐만 아니라 서울의 자치구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복지체계를 획기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현재와 같이 복지비용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하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토건시대에는 자치단체가 공설운동장, 수영장 등 큰 건물을 짓는 데 치중했지만 지금 같은 복지국가 시대에는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할 사안이다. 모든 주민들이 의료 등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부문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담체계가 도입돼야 한다. 보육료·기초연금 등 현금으로 지급되는 비용은 중앙정부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고, 사람들이 직접 수행하는 복지서비스는 지자체에서 담당해야 한다. 즉 어린이집 보육교사, 노인요양 서비스, 장애인 이동 서비스 등은 해당 지자체에서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자체들은 재정에 대한 걱정을 덜고 복지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다. 성북구만의 특별한 노인정책이 있는가.
“성북구는 노인 인구의 비중이 매우 높다. 구 전체 인구 48만500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6만300명이다. 여기에 1955년생부터 63년생까지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들이 6만7000명 있다. 이들이 노령으로 진입하는 2020년 이후에는 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과 경제력이다.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이라도 고독의 문제가 있다. 우선 노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성북구에서는 구민들이 정기적으로 경로당 방문하기 등 ‘효도성북’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복지협의체를 가동해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최초로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성북구가 아동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성북구에는 4050세대 인구가 다른 세대에 비해 적다. 4050세대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면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는 의미다. 4050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역의 장기적 발전에도 저해된다. 그래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돌봄서비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이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돌봄을 받을 권리도 있고, 충분히 쉴 권리도 있다. 그래서 성북구는 행정조직 내에 아동 전담조직을 두고 있으며, 모든 정책을 시행할 때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아동영향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유니세프로부터 한국 최초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성북구의 특별한 정책 중에 하나가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인데. 이것이 무엇인가.
“인권구의 핵심은 헌법에 보장된 인권이 행정체계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구민들이 실제로 보장을 받는 것이다. 성북구는 인권과 관련이 있는 것이면 작은 것이라도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해 구민들에게 인권의 혜택이 골고루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정릉1동에 세대복합형커뮤니티센터를 완공했다. 1층에는 노인정이 있고, 2층에는 다른 세대가 있는 건물이다. 동 직원들은 건물의 설계 변경까지 해가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들에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성북구가 구청 용역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정규직화한다고 들었다.
“성북구는 산하 도시관리공단의 노동자 28명을 이미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무기계약직을 다시 정규직으로 해주기로 했다. 성북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구 재정 및 노동자 근속연수 등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체적인 계획을 검토 중에 있다. 이렇게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되면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되고 고용도 안정될 것이다. 지난 2012년에 성북구는 도시관리공단의 민간위탁용역업체에 고용됐던 민원 안내도우미 및 청소노동자 27명을 공단으로 직영전환해 채용했다. 당시에 노동자들이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