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무상버스

여야후보 ‘공영제’엔 공감 각론 들어가면 4인4색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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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버스업체를 남기느냐 여부에 따라 김상곤·원혜영 ‘완전 공영제’-김진표·남경필 ‘준공영제’로 갈려

3월 28일 현재 경기도지사 유력 후보인 새누리당 남경필, 새정치연합 김상곤, 김진표, 원혜영 후보의 버스공약이 그 윤곽을 드러냈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각자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버스 공영제’를 도입하겠다는 점은 동일하다. 버스 공영제는 지방자치제 단위에서 버스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민간 버스업체를 남기느냐 여부에 따라 완전 공영제와 준공영제로 갈린다.

업체 노선권 어떻게 할지 생각 달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김상곤-원혜영 후보는 완전한 공영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진표-남경필 후보는 버스 준공영제에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김상곤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현 시점까지 구체적인 예산 추계를 제시하진 않았다.

버스 완전 공영제로 운영되는 미국 뉴욕시의 버스 모습. | 위키백과

버스 완전 공영제로 운영되는 미국 뉴욕시의 버스 모습. | 위키백과

김상곤 후보의 공영제 방안은 경기자유교통공사다. 김 후보는 3월 20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 100억원의 예산을 공영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 캠프에 따르면 경기자유교통공사는 두 가지 방향으로 공영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기존 버스회사에서 적자가 심해 포기한 노선을 인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사가 직접 출퇴근 시간에 공영버스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승객을 실을 수 있는 2층버스 도입 아이디어도 나왔다.

원혜영 후보 캠프의 방안은 김상곤 캠프 공영제 방안의 후자에 가깝다. 도영버스와 시영버스를 적극 늘리겠다는 것이다. 원혜영 캠프 관계자는 “도영버스와 민영버스가 경쟁을 하면 자연히 민영버스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 뒤에 하나씩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고 노선을 인수하는 식으로 해서 궁극적으로 공영제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혜영 캠프 측은 공영제에 들어갈 소요예산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상곤 캠프가 제시한 ‘연 100억원’은 너무 적다는 입장이다. 이후 단계에서 추가적으로 들어갈 예산은 아직 발표를 안 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또한 원혜영 캠프 측은 공영제가 도입되더라도 무상버스를 운행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반면 준공영제를 주장하는 후보들은 현행 민영제에서 바로 공영제로 가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김진표 캠프 측 인사는 버스 준공영제가 완벽한 방안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준공영제만 해도 각 버스업체 차고지에 있는 15% 내외의 예비차량을 이용해 출퇴근 시간의 불편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 공영제와 준공영제 모두 현행 민영제보다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인 것은 맞다. 공영제는 경기도 버스 전체를 경기도 산하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버스업체의 운영이익을 보장할 필요가 없고, 준공영제보다도 더 자유롭게 노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버스 노동자들도 공기업 직원 신분이 되어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만2000대에 달하는 경기 버스 전체를 끌어안는 데 드는 예산이 한두푼이 아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교통행정법제연구실장의 추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민영버스 한 대를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노선권과 보상비를 합쳐 약 1억원이다. 이것을 경기도 버스 1만2000여대에 적용하면, 경기도 버스 전체를 완전 공영화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최소 1조2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면허권과 시설 비용은 별도로 들어간다.

[특집| 무상버스]여야후보 ‘공영제’엔 공감 각론 들어가면 4인4색 해법

버스 면허의 경우 1992년 판례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버스노선 면허는 특허에 해당하므로 각 버스회사의 사유재산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 판례가 뒤집히거나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경기도지사가 강제로 버스회사의 노선면허를 회수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월 27일 원혜영 의원실이 주최한 버스 공영제 관련 토론회에서 이영수 공공교통네트워크 전문위원이 발제한 바에 따르면 버스면허를 회수하는 방안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현재 면허의 유효기간을 제한하거나, 면허권을 박탈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경기도 버스업체 대부분이 50년 이상 면허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면허를 강제로 빼앗으려 할 경우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다.

김상곤 외엔 구체 예산추계 안 내놔
가장 좋은 방법은 버스 사업주가 면허권을 자진 반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농어촌 등 영업환경이 좋지 못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현실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김상곤 캠프의 교통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현재 민영제에서 준공영제를 거쳐 공영제로 가야 한다는 말 자체는 원칙적으론 정답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10년간 공영제 전환을 못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무상교통의 체험을 통해 공영제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1조원 내지 2조원으로 추산되는 공영제 예산을 투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 인수를 둘러싼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업자는 그대로 경영을 하도록 놔두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사를 설립하거나 면허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의 소지가 거의 없다.

2004년 서울시가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래 6대 광역도시가 모두 버스 준공영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미 경기도도 매년 버스회사 경영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배분하는 등 서울시 준공영제와 유사한 형태의 민영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준공영제가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남경필 후보의 경우 광역버스는 준공영제, 시내버스는 민영제를 보완하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남 후보 측은 “버스 공영제는 바람직하긴 하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남 후보는 경기도 기초단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당선 후에는 경기도 기초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대중교통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초단체 입장에서는 당선자가 누가 되느냐와 무관하게 새로운 부담이 생겼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기도 기초단체 교통전문위원은 “어떤 형식의 공영제가 도입되더라도 파주시 신성교통의 사례처럼 버스회사가 적자를 이유로 운영을 중지하는 사태는 없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현재도 버스 관련 예산으로 부담이 큰 기초단체가 추가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은 “(준)공영제가 됐을 경우 시민들의 민원 등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노선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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