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학생인권조례 탓 비겁한 선생님 느는 것 묵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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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전 교육감의 사퇴 후 보궐선거로 서울시교육감이 된 문용린 교육감은 행복학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로 EQ(감성지능)를 소개하기도 했다. 

보수 교육감답게 서울시의회나 진보교육단체와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보수층의 지지도 뜨겁다. ‘국민행복시대’를 주장하는 이 정부에서 행복 전문가인 문 교육감은 행복할까 궁금했다. 그는 서울시민의 여론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 4월 말쯤 재출마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학생인권조례 탓 비겁한 선생님 느는 것 묵과할 수 없어”

교육감의 정책을 펼치기엔 짧은 시간이라 재출마를 할 것이라는 이들도 있고, 개각과 함께 다른 부처의 수장으로 간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한 인터뷰에서 선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재출마를 고민 중이라는 말도 했는데.
“너무 소문이 나서 오히려 안 부르는 것 같다.(웃음). 재출마는 4월 말쯤에 결정할 생각이다. 교육감으로서 보람도 컸고 지난 선거에서 수많은 지지를 보내준 서울시민의 성원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상황이나 현재 서울시민의 여론도 충분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모든 변수들을 충분히 숙고한 뒤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사실 선거 비용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선거 비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선거공영제는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

포스터 및 유세차량 등의 경비를 선거관리위원회가 먼저 지불하거나 비용을 아예 명시해 정해주는 방식이다. ‘로또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후보자의 이름을 균등하게 나열하는 교호순번제 도입도 옳다고 본다. 직선제, 선거공영제, 교호순번제 등 세 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3일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을 강조했다. 교학사 교과서가 논란이 됐고, 국정교과서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감의 생각이 궁금하다.
“교육부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교과서의 내용에 있어 오류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층적으로 검토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혼란을 고려하여 다시 국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검인정 교과서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의 선정과 채택에 검정제도가 문제 없이 정착되고 있다면 국정체제로 다시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를 두고 특정 교과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쟁이 심화된다면, 적어도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정치권의 문제제기에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용린의 행복교육> <문용린이 들려주는 행복동화> 등 책을 두 권이나 펴냈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 성공할 수 있고, 교육의 본질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게 주제인 것 같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공부’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교육이 미래의 성공을 위해 무조건 현재의 고통을 참는 ‘고진감래형’ 공부를 강요해 왔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부터 심지어 대학생까지 공부를 할 때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좋은 상급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수능점수를 높이기 위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라는 목표가 늘 앞세워진다. 

이런 목표를 위해 우리 학생들은 행복을 유보한 채 고통스런 공부를 강행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고통을 참는 고진감래형 공부가 아니라, 희망과 꿈, 비전을 품고 그 비전을 향해 공부를 하면 그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역경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긴다.

교육학자 시절부터 강조했던 ‘행복 교육’은 바로 전통적인 고진감래형 교육과 공부의 틀을 깨고자 하는 시도들이었다. 사람은 행복할 때 공부도 잘 되고, 성장과 발달의 교육적 효과도 크다. 긴장, 불안, 초조, 강박적 집념이 학습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학생들은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할 때 기억도 잘 되고, 추리력과 창의성도 증가하며, 문제도 잘 풀고, 주의 집중도 잘 되어 오히려 학습성과가 커진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행복은 유예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제 곧 우리 학생들도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과 더불어 꿈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을 만나 보면 꿈이 없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혹은 부모의 꿈을 이루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는 아이들도 많다. 꿈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꿈은 자기가 꾸는 게 아닌가.
“맞다. 꿈은 당사자인 학생 본인이 꾸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는 건 꿈도 희망도 없이 공부만 강요당하는 아이들에게 꿈을 꾸는 단초를 주는 것, 희망과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교육청에서는 진로체험활동 강화, 독서를 통한 꿈과 끼 찾기, 서울학습공동체 구축을 통한 체험학습기회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각 학교에서 작년 1년 동안 다양한 진로체험을 하고 꿈과 끼를 찾는 노력을 한 결과, 많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과 진로를 이야기하고, 또 집에서 부모님과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듣고 있다.

막연히 부모가 강요한 꿈을 따르거나, 혹은 공부 못하면 희망도 꿈도 없다고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사회의 다양한 직장을 방문하고 직업을 체험하며 자신에게 어울리고 가슴 뛰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꿈을 갖게 되면 자연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게 된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학생인권조례 탓 비겁한 선생님 느는 것 묵과할 수 없어”

불과 1년 남짓이긴 하지만, 서울시교육감으로서 학생들의 행복 증진에 가장 기여한 정책이나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꿈’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제는 ‘꿈’이나 ‘끼’, ‘행복’ 등의 단어에 익숙해져 있으며, 자신의 미래 희망이나 목표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시행이라든가, 160여개가 넘는 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한 체험학습장 확대 등 진로직업체험교육을 강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 ‘행복출석부’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하루 생활에 대한 심리와 마음상태를 누가적으로 기록하고 파악해 필요에 따라 상담자료로 활용하는 실천적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행복출석부 활용의 효과성 연구>(곽윤정, 세종사이버대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행복출석부를 통해 정서지능과 긍정 정서가 향상되었고, 중학생의 경우 긍정 정서가 향상되었다고 한다. 효과성이 입증된 것이다.

인성교육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꿈과 끼를 강조한 서울행복교육이 1년 동안 거둔 성과는 학생들이 자신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끼’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자신의 미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나아가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학교에서 자신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달아 간다면 서울행복교육도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리라고 기대한다.”

행복해지려면 구속도 없어야 하는데, 학생인권조례 개정안과 관련해 학생 및 학부모들도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가 소지품 검사인 것 같다. 그런데 학생 인권의 핵심은 무엇인가? 학생과 학생 사이의 폭력, 왕따 등 학생 간의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하다. 어떤 학생이 가방에 흉기를 들고 다니며 수시로 위협하거나, 담배나 라이터 등을 들고 다니는데 그걸 선생님이 못 본 척하는 것이 학생인권을 돕는 일일까. 

요즘 스마트폰으로 선생님 모습을 올리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자기 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다른 학생을 폭행하거나 흡연을 하는데도 못 본 척하는 비겁한 선생님들이 많아졌다.

교육감으로서 그런 비겁한 선생님이 늘어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 국가가 선생님들에게 교사자격증을 주고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데 그에 걸맞게 선생님들이 소신껏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선생님들의 지나친 체벌이나 부당행위 등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다른 법으로 징계를 하면 된다.

지난 10일에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생,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인권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무 강조,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등 학생인권의 범주를 확장했다. 두발에 관한 사항은 현행 제한 금지에서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학교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학생인권만큼 선생님들의 교권도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최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매 맞는 선생님들 기사가 심심찮게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요즘 선생님들은 고교 시절에 성적이 상위권인 분들이고,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을 꿈꾼, 대부분 성정이 착하고 순수한 분들이다. 그런데 교사생활이 항상 반복적이라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칭찬보다 폄하되는 사회 분위기에 많이 위축되어 있다. 그분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전달할 수 있다. 우선 선생님들에게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려 했다. 번듯한 직업과 직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대부분 명함이 없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명함을 만들라고 했다.

지난 12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미술 선생님들의 작품전시회를 열었고, 11월에는 음악선생님들의 연주회도 개최했다. 오는 5월엔 문학사상이나 현대문학 같은 선생님들만의 순수문예지도 창간한다. 전문가임을 인정받으면 교육도 더욱 전문가답게 하고, 부모나 학생들에게도 존중받지 않을까.

또 스승의 날 틀도 바꿔가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선물 때문에 고민하는 스승의 날이 아니라, 현재 학교 선생님들이 자신의 은사를 학교에 모셔 감사를 표하는 날로 바꾸려고 한다.”

교육감 취임 후 가장 논란이 된 것이 혁신학교 예산 갈등 문제인 것 같다. 전 교육감인 곽노현 지우기란 비판도 있었다.
“그렇지 않다. 전임 교육감의 정책을 지운다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혁신학교 운영 4년차를 맞이하여 올해 67개의 혁신학교를 현행대로 유지하여 운영하도록 했다. 다만, 혁신학교 지원 예산을 6000만원으로 낮춘 게 그렇게 비친 것 같다.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혁신학교 평균 지원 예산도 6000만원이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당 평균 1억4000만원을 과다하게 지원함으로써 일반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하여 이를 적절하게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혁신학교의 정책도 전체 서울교육의 방향의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그동안 혁신학교는 예산집행 및 운영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기에 이를 개선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고 있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의지를 중요시하고 있는데, 그 성과를 일반화할 수 있으려면 적은 예산으로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혁신은 예산이 아니라 구성원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 있다. 지나치게 많은 예산 지원은 혁신학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년도에는 혁신학교가 학교장 중심의 자율적 운영체제 확립 및 교육 본질에 충실한 혁신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예전엔 우리 지역의 교육감이 누구인지 몰라도 행복했는데 요즘은 학생도, 선생님도, 교육감도 참 행복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행복해질까. 

그는 서울에 얼마나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렸을까. 교육감으로서 그는 행복한 듯 보였는데, 그가 행복한 만큼 학생, 선생님, 학부모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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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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