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56)은 그동안 능력에 비해 운이 따르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옛 지역구가 한나라당이 인기가 없는 관악구. 한나라당의 개혁을 요구했다가 2011년 12월 탈당했는데, 그 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변신한 뒤 총선과 대선을 모두 이겼다. 정작 그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관악구 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니 낙동강 오리알 신세와 진배 없었다.
그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신당에 합류, 본격적인 야당 정치인의 행보에 나섰다.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성식 전 의원을 만나 임시 당명이긴 하지만 ‘새롭다’는 뜻의 글자가 두 개나 들어가 있는 새정치신당의 새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17일에 창당발기인 대회를 여는데 당원 영입은 잘 되나.
“당원 모집은 걱정 없다.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창당을 알리고 동참을 요청할 계획이다. 우선은 창당발기인 대회의 발기 취지문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으고 있다. 그 후 창당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 시·도당 위원장이 결정된다.
3월 말 정식 창당을 앞두고 현재는 정당 정책과 당헌·당규를 작업 중이다. 발기인은 현재 중앙선관위의 등록 필수인원인 200명 정도다. 너무 많은 인원으로 세 과시를 할 생각은 없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김성식 ‘새정치신당’ 창당 공동위원장 “민주당, 연대 말하기 전에 맛없는 메뉴부터 바꿔라”](https://img.khan.co.kr/newsmaker/1063/20140218_1063_31a.jpg)
발기인 가운데 깜짝 놀랄 만한 인사가 있나.
“우리는 명망가나 스타가 아니라 진짜 새정치를 실천할 인물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새정추 공동위원장들인 윤장현(아이안과 의사), 박호근(한독미디어대학원 대학교 총장) 두 분만 해도 그동안 정치와 전혀 관련 없이 ‘살아 있는 양심’을 보여준 분들이다. 이런 분들을 중심으로 차츰차츰 시간을 갖고 모시는 중이다.
대단히 유명한 분들도 더러 모셔야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참신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헌신해 왔고 그럴 자세를 지닌 분들이면 새정치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또 17개 시·도당을 모두 발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3월 말 창당까지 최소 7곳을 먼저 발족하고 정식 창당 이후 나머지 시·도당을 순차적으로 창당한다는 방침이다. 창당에 필요한 법적 기준은 최소 5곳 이상이면 된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물론 최근 영입한 강봉균 전 의원 등 새로운 얼굴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안철수가 새 얼굴 아닌가.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자신이 아니라 국민들이 만들었다. 개발독재 시대에 우리 국민들의 구호는 ‘잘살아 보세’였다. 민주화를 추구하던 80년대는 ‘자유롭게 살아 보자’였다. 산업과 민주화 갈등을 넘어서 이제 새로운 인간 중심의 시대로 나아가려면 인물도 중요하지만 정당구조의 개혁이 절실하다.
30년을 거대 정당의 독점과 대립구도에 길들여져 살았지만 이제 국민들이 똑똑해졌다. 강자만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며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안철수란 새 얼굴, 그 얼굴과 더불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다.”
지난해에는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새정치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새정치신당에 합류했나.
“그건 민주당 김영춘 전 의원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 <한국 정치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 말의 일부가 왜곡 보도된 것이다. 당시 안 의원에게 스스로 내려놓을 것은 없는지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안철수 사당이 아니라 건강한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소소한 개인적 특권을 버리고 낡은 정치구조 속에서 치열하게 정치의 참뜻을 구현하는 이들이 모인 당을 만들려고 기꺼이 참여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어떻게 생각하나.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권연대야말로 국민의 요구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에서도 연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더라. 민주당이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마치고 만든 민주당 총선 평가서를 보면 답이 있는데, 왜 그렇게 연대만 강조하는지 모르겠다.
그 평가서는 민주당의 반성문인 셈인데, 총선 패배 요인으로 MB 심판론에만 매달려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 계파적 공천으로 좋은 인재 영입을 하지 못한 것, 통합과 연대에 모든 이슈가 함몰된 것 등을 꼽았다.
민주당은 우리와의 연대보다 자신들이 만든 그 반성문을 다시 읽어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건강한 유기농 메뉴로 새 식당을 열려고 한다. 다른 식당에서는 우리와 식당을 합치기 이전에 자신들의 식상하거나 맛없는 메뉴부터 바꿔야 하지 않나.”
하지만 윤여준 새정추 의장은 ‘연대는 자살행위이지만 딜레마’라는 말로 여지를 남겨두었다.
“국민은 인위적인 정치공학적 선거 연대를 싫어한다. 다만 여러 국익과 민생을 위한 정책에 관해서는 협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국민을 바라보는 경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옳다고 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란 거대 정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줬다면 안철수당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표만 의식해서 정치적 강자만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들은 이제 상식과 합리를 원칙으로 세상을 따져보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분열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물론 기존 정당에 실망하고 혐오를 느낀 이들이 우리 당을 지지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안철수 현상, 새정치신당은 안철수 개인이 아니라 시민과 국민의 요구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서 목소리를 찾고, 상식과 합리를 기준으로 시시비비를 따져보시는 시민들도 이제는 기존의 극단적인 이념투쟁이나 지역대립으로는 21세기 삶을 돌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젠 건강한 시민의식과 주권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이 생겼다. 그들이 지역구도를 깨고, 게으른 관료를 나무라고, 대안도 제시하는 정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롭게 창당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좋은 후보를 모시고 시민들을 당원으로 모시고 해서 나름대로 당당하게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걸 야권 분열로 보면 안 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성취를 바탕으로 또 다음 단계, 총선·대선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기존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나중에는 1당이 될 수 있는 긴 장정을 착실하게 진행하겠다. 길게 봐야 한다. 눈앞의 선거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김성식 ‘새정치신당’ 창당 공동위원장 “민주당, 연대 말하기 전에 맛없는 메뉴부터 바꿔라”](https://img.khan.co.kr/newsmaker/1063/20140218_1063_32a.jpg)
상식과 합리란 기준은 말이 쉽지 실상 참 어렵지 않나.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것이다. 우리가 눈만 뜨고 정확히 보면 된다고 본다. 옛말에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도 밉다는 말이 있다.
발뒤축이 잘생긴 사람이 어딨겠나. 하나의 진영논리로 정당들이 몰아갈 경우에는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것이 아니라 정쟁만 있는 것이고, 자기가 잘해서 국민 앞에 평가받는 정치게임이 아니라 반사이익을 추구하는 정치게임이 된다.
이것 때문에 30년 동안 매번 선거가 끝나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안 바뀌지 않았나. 새정치신당이 그동안 대변받지 못한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반영할 때 기존 정치권도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더 좋은 정치를 위한 경쟁을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의석이면 새정치신당이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선거에서 몇 자리 얻으려고 당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두 석만 얻어도 기적적인 성과라고 본다. 어느 선거에서나 승패도 중요하지만 새누리당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전국정당이 없다. 한쪽 지역에서 싹쓸이하고, 다른 지역은 불모지가 되는 것이 현재 기성정당의 모습이고, 낡은 정당의 모습이다.
다양성의 시대에 왜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 지역당들만 존재해야 하나. 우리 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국민과의 교감을 더 키우고, 문제를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결을 해주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새정치, 새정치 하지만 솔직히 정치란 말부터 모호하고 답답하게 여겨진다.
“정치의 본질은 다른 사람 일에 ‘간섭’하는 것이다. 세금도 이렇게 내라, 버스 중앙선을 침범하지 말아라 등등. 정치를 하려면 정의롭게 공동선을 추구하고, 국민들을 간섭하는 것보다 100배, 1000배 간섭받을 각오를 해야 실타래처럼 엉킨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정치는 의욕만 갖고도 안 된다. 실력도 있어야 하고, 정의로운 신념만큼 그걸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자는 다짐을 한다. 그건 공천에서 잘릴 각오를 하면 된다. 공천을 주는 당의 상층부를 보지 말고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면 된다.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고용 없는 성장, 저성장의 경제 분위기도 문제이고, 미국과 중국, 남북이 대치하는 것보다 남남갈등이 더더욱 심각한 이 현실이 과거 구한말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각 정당은 당리당략 때문에 남남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조장한다.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남남공감이 되면 북한도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갖게 된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것은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만 더욱 커지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무력해졌다. 이제 기업보다 국민 개개인의 인적 자원을 강화해야 한다. 평생교육, 직업 전환의 용이, 퇴직 후 진로찾기 등을 국가에서 적극 도와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국민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다.
보수는 기회 균등, 진보는 결과의 평등만 주장하지만 이제는 여건의 평등을 강조해야 한다. 형식적 기회 균등보다는 맞춤형 사회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 정말 열심히 살았다.
문제는 정치다. 내가 58년 개띠다. 아무리 공부 잘하던 누이도 막내 남동생 대학 보내기 위해 구로공단에서 여공이 되었고, 자식을 공부시키려고 중동 사막에서 땀을 흘렸다. 그런데 30~40년이 지난 지금, 국가는 부유해졌는지 모르지만 개개인은 여전히 고단하다.
중산층은 붕괴되고 청춘들은 아파한다. 새정치신당은 이런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확실하게 대변하는 정치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 먼저 우리 당의 목소리를 국민이 들어주길 바란다.”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나.
“그동안 기성 정치권에서 몸을 굴리다 보니 내 역량이 많이 방전됐다. 지금은 새로운 당을 만드는 데 노력하기에도 벅차다. 희망의 새 정당을 짓는 데 벽돌도 나르고 서까래도 짊어지고, 할 일이 많다.
더 많은 시민들이, 더 좋은 정치역량들이 새정치의 주인이 되고 함께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치인으로서 항상 열심히 사시는 시민들께 정치의 죄를 지었다는 마음의 빚이 있다. 그런 부채의식을 잊지 않고 살겠다. ”
김성식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아주 겸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격정어린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새정치’란 간판을 달지 않아도 이런 이들이 많이 모이면 정치가 지금처럼 혐오스럽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부채의식이 있다니 채권자의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