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나팔 소리에 잠깨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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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강으로 두루미와 재두루미들이 날아들고 있다.

얼어붙은 강으로 두루미와 재두루미들이 날아들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상류의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은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실경산수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풍광은 더 없이 아늑하고 고요하다. 강폭이 좁은 까닭에 바람이 비집고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 DMZ 주변 산세가 높지 않아 두루미들이 율무밭에서 먹이를 먹고 간간이 물을 마시기 위해 넘나들기에도 좋다. 이곳이 두루미의 안식처가 된 이유다.

두루미 무리가 DMZ 상공에서 평화롭게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두루미 무리가 DMZ 상공에서 평화롭게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밤이면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2600마리 정도에 불과한 천연기념물 제202호 두루미들 중 100여마리가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에서 잠을 잔다. 두루미들은 천성이 늦잠꾸러기다. DMZ에 기상나팔 소리와 군가 소리가 울리면 그제야 끼룩거리며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난다. 날개 깃을 펼치고 껑충껑충 뛰며 혹독한 추위에 웅크렸던 몸을 푼다. 그리고 소리를 질러 주변의 산을 울린다.

늦잠꾸러기 두루미들이 기상나팔 소리와 군가 소리에 흰 눈을 털며 잠에서 깬다.

늦잠꾸러기 두루미들이 기상나팔 소리와 군가 소리에 흰 눈을 털며 잠에서 깬다.

몸을 푼 두루미들은 주변 율무밭으로 날아가 낙곡으로 떨어진 율무를 찾아 배를 채운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강으로 날아들어 물을 마시며 목욕으로 깃털을 단장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두루미는 키가 158㎝, 무게는 7.5㎏이나 되는 큰 새로 소리가 우렁차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에 등록돼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번식을 한다.

이재흥<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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